"누구 소행인지 몰라" 국무부 입장과 달라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작년부터 쿠바 아바나 주재 미국 외교관들이 겪은 원인 불명의 신체 이상에 쿠바의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AFP통신과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미국 외교관을 겨냥한 공격을 쿠바 정부가 멈출 수 있다는 데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나는 쿠바에 책임이 있다고 믿는다"고 답했다.
그는 "이는 매우 특이한 공격이지만, 나는 쿠바에 책임이 있다고 믿는다. 그렇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바나 주재 미국 외교관들은 지난해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뇌 손상, 청력 손실, 메스꺼움, 두통 이명 등 괴증상을 호소했다.
환자가 외교관 가족을 포함해 21명 이상에 달한 가운데 일각에선 음파 공격(sonic attack)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쿠바 정부는 이를 부인해왔다.
이에 미국 국무부는 지난달 아바나 주재 자국 대사관 인력을 60%가량 줄이고 쿠바 여행 주의보를 발령했으며, 이달 초 워싱턴DC 주재 쿠바 외교관 15명에 대해 추방 조치를 했다.
다만 국무부는 미국 외교관들에게 신체 이상 증상이 나타난 이유를 알 수 없으며 이 일이 누구 소행인지도 모른다는 입장을 되풀이해왔다.
'쿠바에 책임이 있다'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 발언은 그동안 국무부가 내놓은 공식 입장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또 외교관 공격이 쿠바 정부의 인지와 동의 없이는 일어날 수 없으므로 쿠바 정부가 이를 멈출 힘도 있다는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료들의 주장보다도 더 나아갔다고 NYT는 설명했다.
R.C. 해먼드 국무부 대변인은 AFP 질의에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 "쿠바가 공격을 막고 외교관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는 뜻"이라고 선을 그었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인 2015년 5월 쿠바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33년 만에 삭제하고 같은 해 7월 54년 만에 양국 대사관 재개설로 외교관계를 복원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뒤 다시 단절 위기를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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