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덤터기 씌우는 것" 불만 목소리도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백남기 농민의 사망이 경찰의 공권력 남용에 의한 것이라는 검찰 수사 결과가 발표된 17일 일선 경찰관들은 안타까워하면서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이 국민 기본권을 보장하는 집회 관리방식 정착을 위해 더욱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검찰은 이날 백씨에게 물줄기를 쏜 살수차 탑승·조작 요원인 한모·최모 경장, 현장 지휘관인 신윤균 당시 서울지방경찰청 4기동단장(총경), 구은수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 4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서울의 한 일선서 경비과 직원은 "집회 참가자들과 대치 상황에서 '수비'를 하다가 이렇게 된 것인데, 불구속이라지만 재판에 넘겨져 안타깝다"면서 "앞으로 집회 경비가 상당히 위축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 지휘부의 적극적인 구제 노력이 없었기 때문에 지휘부와 일선 직원들 사이에 거리감이 더 커진 느낌"이라면서 "경찰의 날(21일) 직전에 이런 소식이 들려 마음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다른 서의 A 경정은 "경찰이 잘했다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당시 상황을 고려했어야 한다. (경찰에) 지시를 내린 사람도 있었을 텐데 경찰에 모든 죄를 다 '덤터기' 씌우려는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B 경위는 "집회·시위 현장에서 어떻게 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지침이 없는 상황에서 책임을 묻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지휘부는 그렇다 쳐도 상부의 지시를 따른 일선 경찰은 억울할 수밖에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동료 경찰관이 재판에 넘겨진 점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국민에게 신뢰를 얻기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주로 경비 업무를 맡아온 한 총경은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을 계기로 필요 최소한으로만 공권력을 집행하는 방향으로 집회 관리방식이 성숙하는 과정에 있지만, 경비는 물론 수사 등 모든 분야에서 시민 기본권과 공공질서를 함께 확보하는 방안을 찾는 깊은 고민이 지속해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야 제2의 사망 사건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고, 국민의 신뢰를 얻어 수사권 독립이라는 우리의 숙원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선서의 한 계장급 경비과 직원은 "이번 일을 계기로 일선에서는 집회 관리가 더 부담스러워질 수 있겠지만, 이는 국민 기본권 보장을 위해 우리가 당연히 부담해야 할 몫"이라면서 "절제된 공권력 행사를 하면서도 공공질서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이날 박진우 차장 주재로 정보, 경비, 감찰 등 관련 부서를 소집해 회의를 열어 입장을 정리하고 후속조치 등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경찰은 오후 중 경찰청 공식 입장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서울경찰청장까지 재판에 넘겨진 사실이 알려지자 경찰청 내부에서는 착잡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 경찰청 직원은 "향후 이와 같은 불법시위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합리적일지를 두고 상당한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상황이 이렇게까지 돼 경찰 구성원으로서 착잡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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