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문위 국감장서 대교협 회장 직언…피감기관장의 정부정책 성토 '이례적'
"교육부 담당 공무원 자리에 없으니 소신껏 발언" 웃음 터지기도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대학들이 만날 평가만 받느라 4차 혁명은 엄두도 못 내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17일 교육부 산하기관 국정감사에서는 대학구조개혁 평가와 관련, 장호성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회장과 이기우 한국전문대교육협의회(전문대교협) 회장의 성토가 이어졌다.
상임위 의원이 아닌 피감기관의 수장이 국감에서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국민의당 소속 유성엽 교문위원장이 먼저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가 끝났는데, 2주기 평가가 시작하기 전에 대교협 등 교육 현장의 의견을 들려달라"고 얘기를 꺼냈다.
그러자 대교협 장 회장은 "지금 일선 대학에서는 '톱텐(Top 10) 이다, 뭐다'라고 평가만 받느라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작심 발언'을 했다.
장 회장은 "정원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는 좋다"면서도 "하지만 자연스럽게 대학이 도태되거나 통폐합이 되는 등 (자율조정이 될) 여러 기회가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신경을 안 쓰고 평가를 하는 것 같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전문대교협 이 회장 역시 대학구조개혁평가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 회장은 "대학 현장에서 구조개혁을 보는 시각이 참 좋지 않다"며 "구조개혁 평가 결과가 학생의 정원과 연계되는 까닭에 목숨을 걸고 대비를 해야 하지만, 사실 이 평가에는 함정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학교육이 나아갈 방향과 맞물려서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해야 하는데, 지금의 평가는 대학 현장을 힘들게 하고 아프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일정 비율은 '자율개선 대학', 나머지는 자율개선이 안 되는 대학으로 판정한다면 삽시간에 부실대학만 양산되는 셈이 된다"며 "부실대학으로 낙인찍힌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은 어떻게 느끼겠나. 경영자가 아닌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게 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부실대학 학생들이 재력이나 여건이 받쳐줘 다른 대학으로 가면 좋겠지만, 전문대를 선택하는 학생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새 정부가 들어섰으니 평가 방식도 획기적으로 개선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발언 직전 이날 국감에 참석한 교육부 이진석 대학정책실장이 잠시 자리를 비운 것을 확인하고는 "마침 정책실장님이 자리에 안 계시니 소신껏 발언하겠다"고 했다가, 중간에 이 실장이 들어오자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계속 발언하겠다"고 말해 좌중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이 회장의 발언이 끝나자 유성엽 위원장은 "좋은 말씀을 들었다"며 "아마도 내일이면 '싸움과 파행의 교문위, 토론의 교문위로 거듭나다'라는 제목으로 기사가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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