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간 '찬반' 엇갈려…고용부 "사회적 논의 통해 입법 추진"
(서울=연합뉴스) 김범수 기자 = 고용노동부가 17일 특수고용직 종사자의 노동3권을 위해 법률을 제·개정하라는 국가인권위 권고안을 수용하면서 특수고용직의 '20년 숙원'인 노조설립 논의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고용부는 관계자는 "특수고용직 근로자의 노무제공 실태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노사,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사회적 논의를 통해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입법적 보호 방안을 마련·시행하겠다는 입장을 인권위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특수고용직은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사업주에게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얻은 수입으로 생활하지만, 형식적으로는 자영업자로 분류되는 직종을 말한다. 현재 특수고용직 종사자 수는 전국적으로 230만 명으로 추정된다.
골프장 경기보조원(캐디)과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 인터넷 설치기사, 화물차 운전자, 택배·퀵서비스 기사, 대리운전 기사 등이 대표적이다. 특수고용직의 노조설립이 허용되면 제3의 거대 노동세력이 새롭게 등장하는 셈이다.
고용부의 인권위 권고안 전격 수용은 문재인 대통령의 노동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실제로 인권위는 그동안 고용부에 노동기본권 보장을 권고했지만, 고용부는 유보하는 태도를 취해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지난 2월 "특수고용직의 노동3권을 보장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밝히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하지만 노사 간 입장차가 현격한 데다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직 내부에서도 노조설립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향후 입법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만만치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고용부의 인권위 권고안 수용을 놓고 노사 간 입장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한국노총 강훈중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노동자를 보호하고 권익을 향상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을 환영한다"면서 "구체적으로 입법으로 실현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반면 재계는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실제로 재계는 그동안 특수고용직 종사자에 대한 산재보험·고용보험 적용 방안이 발표될 때마다 강하게 반발했다.
경총 관계자는 "특수고용직 종사자에 4대 보험을 적용하면 보험료로 소득이 줄어들어 이를 원치 않는 종사자도 있을 것"이라며 "노조설립을 통해 조직률을 높이려는 노동계의 일방적 주장이 아닌 당사자들의 목소리도 경청해야 한다"고 했다.
특수고용직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수고용직이 가장 많은 보험설계사는 사업자 신분에서 근로자로 전환되면 세금 부담이 늘어난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노사 간 입장이 엇갈리자 주무부처인 고용부는 노동3권 보장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되, 사회적 대화를 통해 신중히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히 230만 명에 달하는 특수고용직 종사자들 모두에 대해 노동3권을 보장해야 할지도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특수고용직은 고용형태가 다양하고 사업주에 대한 종속성도 직종마다 달라 실태조사를 통해서 현황을 정확히 파악한 뒤 어떤 종류의 근로 형태에 노동기본권을 보호해야 할지 정하는 수순을 밟겠다는 것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무조건적인 노동3권 보장은 곤란하고 사회적 논의를 통해서 합의점을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택배만 하더라도 근로 형태가 다양해 모든 종사자에게 노동3권을 보장해주기는 힘든 게 현실"이라며 "적합한 기준을 찾기 위해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했다.
학계에서는 특수고용직 종사자 보호를 강화한다는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노동3권을 곧바로 적용하는 것보다 단계적으로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별 노조형태에 맞춰 법 적용과 해석을 해온 우리나라의 현실과 특수고용직 종사자가 자영업자 속성도 내포하고 있는 점에서 단기간에 노동3권을 적용하는 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권 교수는 이어 "단기적 방안으로는 우선 산재 외에도 고용보험 등 개별 노동보호법 적용 대상에 특수고용직 종사자를 포함하는 방안을 우선 고려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bum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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