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케인, 트럼프 겨냥 "어설픈 민족주의 경계해야" 포문
트럼프 경고에는 "훨씬 더 큰 도전 겪었다" 일축
(서울·워싱턴=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신지홍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 중진인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이 '설전'을 벌였다.
상원 군사위원장인 매케인 의원이 16일(현지시간) 미 국립헌법센터(NCC)가 세계 인권 신장과 자유 수호에 힘써온 인물에게 주는 '필라델피아 자유의 메달'을 받는 자리에서 미국 내 민족주의 세력을 비판한 게 발단이었다.
매케인 의원은 "우리가 전 세계에 발전시킨 이상을 포기하고,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희생양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꾸며낸 어설프고 거짓된 민족주의를 위해 세계 리더십 의무를 거부하는 것은 비애국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피와 땅'(blood and soil)이 아니라 이상으로 만들어진 땅에 산다"며 "우리는 고국에서 그 이상의 관리인이고, 외국에서는 이상의 옹호자다"라고 덧붙였다.
'피와 땅'은 나치 슬로건으로, 지난 8월 미국 샬러츠빌 폭력시위 때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외친 구호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백인우월주의 시위자들과 이들에 맞선 반대파 시위대 양측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식의 양비론을 제기했다가 거센 반발을 샀다.
이날 매케인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거나 '어설픈 민족주의'를 꾸며낸 사람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그의 발언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저격으로 풀이됐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은 매케인 의원의 이날 연설은 두말할 나위 없이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매케인 의원은 "우리는 대의명분을 지속할 도덕적 의무가 있으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부끄러워해야 한다"며 "우리 리더십과 이상이 없는 세계에서 우리는 번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올해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대외 원조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파리 기후변화협약 탈퇴, 유네스코(UNESCO) 탈퇴, 이란 핵합의 불인증 등을 일방적으로 선언하며 잇따라 국제 합의를 깨고 있다.
또 경제 분야에서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폐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파기 위협 등을 통해 철저히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우고 있다.
공화당 중진으로 상원 군사위원장인 매케인 의원은 미 해군에서 22년 복무했으며 베트남 전쟁 때 5년간 포로 생활을 한 '전쟁 영웅'이다. 최근에는 뇌종양 투병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지역 라디오방송인 WMAL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나를 조심해야 한다"며 "나는 매우 매우 좋은 사람이지만 어느 시점에는 반격한다. 그렇게 되면 즐겁지는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발언을 접한 매케인 의원은 "이보다 더 훨씬 큰 도전에도 직면했었다"고 말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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