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로 끝난 이재학 첫 선발·나성범 등판…올해는 승리 이끈 묘수로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NC 다이노스가 역대 최고의 가을을 보내고 있다.
NC는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5전 3승제) 1차전에서 두산 베어스를 13-5로 이기면서 2017 KBO리그 포스트시즌 5승(2패)째를 따냈다.
SK 와이번스와 벌인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1차전에서 단판으로 끝내고, 준플레이오프에서 롯데 자이언츠와 5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3승 2패로 승리했다.
NC는 2014년에는 준플레이오프에서 LG 트윈스에 1승 3패로 밀리며 창단 첫 포스트시즌을 허무하게 마감했다.
2015년에는 플레이오프에 직행했지만 두산에 2승 3패로 졌다.
2016년은 조금 발전이 있었다. 플레이오프에서 LG를 3승 1패로 누르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에 4연패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올해 NC는 역대 포스트시즌에서 가장 많은 승리를 거두고 있다. 승수가 많아질수록 기세도 더욱 등등해지고 있다.
선수들이 경험을 바탕으로 실력과 태도 면에서 두루 성숙해진 영향이다.
그러면서 김경문 NC 감독의 작전 혹은 승부수가 더욱 예리해졌다.
과거 김 감독의 가을 승부수는 실험에 가까웠다.
NC의 첫 가을 무대인 2014년 준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투수는 이재학이었다. 당시 NC의 에이스는 찰리 쉬렉이었지만, 김 감독은 이재학을 선택했다.
김 감독은 "팀의 미래도 봐야 한다. 큰 무대 첫 경기는 국내 선수가 등판해 경험을 쌓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며 '깜짝 발탁'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이 선택은 실패로 돌아갔다. 팀의 첫 포스트시즌 경기라는 중압감을 견디지 못한 이재학은 ⅔이닝 만에 5실점으로 무너지고 패전을 떠안았다.
김 감독은 2015년 플레이오프에서도 파격을 감행했다.
대학생 때까지 투수로 활약하다가 프로 데뷔 후 타자로 전향한 나성범에게 투수 훈련을 시킨 것이다. 그리고 실제 경기에서도 나성범을 마운드에 올렸다.
나성범은 그해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 3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그리고 4-6으로 지던 9회 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 투수로서 마운드에 섰다.
나성범은 첫 상대 데이빈슨 로메로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오재원을 3루수 땅볼로 잡아 이닝을 끝냈다.
나성범의 깜짝 투수 기용은 '팬 서비스 차원'이라고 김 감독은 미리 밝혔다. 일부 NC 팬들은 나성범의 등판에 뜨거운 반응을 보냈지만, 살얼음판 승부인 포스트시즌 경기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이벤트일 뿐이었다.
올해 포스트시즌에도 김 감독은 과감하다. 결과는 예년과 다르게 성공적이다.
김 감독은 와일드카드 결정전 선발투수로 '에이스' 에릭 해커가 아닌 제프 맨쉽을 냈다. 맨쉽은 4이닝 3실점으로 조기강판 당했지만, 타선의 집중력과 불펜 총력전으로 승리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해커를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선발투수로 내보낼 수 있게 되는 엄청난 이득으로 돌아왔다. 해커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기대에 부응했고, NC도 롯데를 상대로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는 3루수 박석민이 잦은 실수로 흔들리자 3회 초에 노진혁으로 교체했다. 공·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주전 선수를 조기 교체하는 것은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일이다.
이는 '신의 한 수'가 됐다. 노진혁은 4타수 4안타 3타점 4득점으로 깜짝 활약을 펼치며 승리를 이끌고 이 경기의 최우수선수(MVP)까지 거머쥐었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김 감독의 작전은 모두 적중했다.
"잠실구장은 외야 수비가 중요하다"며 선발 투입한 중견수 김준완은 수차례 호수비를 펼치며 팀을 위기에서 구출했다.
또 맨쉽을 불펜으로 전환하는 초강수도 통했다. 잦은 등판으로 피로가 쌓인 중간계투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조치였다. 맨쉽은 선발 장현식이 위기에 몰린 4회에 구원등판, 1⅓이닝을 1실점으로 막고 승리투수가 됐다.
이는 필승조 원종현과 임창민을 하루 쉬게 하는 효과로 이어졌다.
또 나성범을 2번, 박민우를 3번에 배치하는 타순 조정도 효과를 봤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나성범은 2득점, 박민우는 2타점으로 활약했다.
이뿐 아니라 늘 "중요한 기회에서 쓰겠다"고 아껴 놓는 베테랑 이호준 카드도 대체로 적중한다. 이호준의 올해 준플레이오프 타율은 0.429에 이른다.
김 감독의 파격은 아직 더 남아 있다.
올 시즌 부진했던 이재학이 18일 플레이오프 2차전의 선발투수로 출격한다. 3·4차전 선발투수는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선수들의 성장과 김 감독의 승부수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느냐에 따라 NC의 가을 질주 종착지가 달라질 전망이다.
abbi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