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MVP…"4차전 등판 거부? 루틴을 지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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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유지호 신창용 기자 = NC 다이노스는 두산 베어스와 플레이오프(5전 3승제) 1차전에 승리하며 이번 시리즈에서 대단히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NC는 설령 2차전을 패한다고 해도 적지에서 1승 1패라는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두고 안방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리고 안방에서 치르는 3차전에는 '가을 에이스'로 우뚝 선 에릭 해커(34)가 출격한다.
지난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만난 해커는 "3차전에 맞춰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3차전에 등판할 계획"이라며 "준플레이오프 5차전이 끝나자마자 이에 맞춰 정신적, 육체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통 포스트시즌과 같은 단기전에서 에이스는 나흘 휴식 뒤 등판하는 게 보통이다. 시리즈 탈락의 위기에 몰렸을 경우 사흘 휴식 뒤 등판하는 때도 종종 있다.
하지만 올 시즌 부상으로 고전한 해커는 달랐다.
롯데 자이언츠와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선발 등판한 해커는 4차전이 비로 하루 연기되면서 나흘 휴식 뒤 등판이 가능했지만 5차전 등판을 고집했다.
김경문 NC 감독은 결국 해커의 루틴을 존중해 5차전에 해커를 올렸다.
해커는 당시 상황에 대해 "나는 마음속으로 5차전을 준비하고 있었다"며 "물론 비로 인해 4차전에 선발로 나갈 수도 있었지만 내 루틴을 지키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무엇보다 우리에게는 올 시즌 팀에 이바지한 선수들이 많다"며 "우리가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앞선 상황이라 다른 선수가 기회를 얻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해커는 "나는 5차전 등판을 고수하는 것이 심적으로 편했고, 그게 모두에게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물론 결과론일 뿐이다. NC가 만약 해커를 아끼고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승리하고 시리즈를 조기에 마감했다면 해커는 이번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선발로 나설 수 있었다.
해커 역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여기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이라며 "우리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는 사실만 봤으며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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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5년째 NC와 함께하고 있는 해커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7이닝 1실점, 5차전에서 6⅓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철저하게 자신의 루틴을 지킨 해커는 자신을 배려해준 코치진에게 성적으로 보답했다.
그는 "나는 운이 좋다. 나는 5년 동안 같은 감독과 같은 투수코치, 그리고 같은 포수와 지냈다"며 "이 정도의 행운을 누리는 선수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러한 환경에서 팀의 한 일원으로 팀에 기여할 기회를 얻게 돼 무척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해커는 올해 정규리그에서 두산을 상대로 1승 1패에 평균자책점 2.77로 강했다. 여기에 준플레이오프의 호투까지 더해지며 자신감을 끌어올렸다.
해커는 3년째 포스트시즌에서 맞대결하는 두산에 대해 "우리가 결코 꺾지 못할 팀은 아니다"며 "우리는 타선이 좋고, 팀 케미스트리가 좋다"고 했다.
그는 "또 이제는 우리 팀 선수들이 포스트시즌이라는 분위기에 친숙해졌다"며 "편안한 마음으로 우리의 경기를 한다면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도 모멘텀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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