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의동 골목에서 마주친 '코 파는 신해철'

입력 2017-10-18 13:58   수정 2017-10-18 15:51

통의동 골목에서 마주친 '코 파는 신해철'

진화랑서 신해철 추모전…양수인·구나현 등 22명 작가 참여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검은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살짝 코 파는 시늉을 하면서 유쾌하게 웃는다. 청와대 인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골목에서 마주친 '마왕'이다.

진화랑의 붉은 벽돌 외벽에 등장한 '코 파는 신해철'은 구나현 작가가 가수 신해철을 그린 벽화다. "방송에서도 편하게 코를 후비는 그의 모습 하나만으로 그가 삶을 어떤 태도로 살아냈는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지 않나 싶다. 마왕은 지금도 이승을 내려다보며 '에그 어리석은 중생들 쯧쯧' 하며 코나 후비고 있지 않을까."

진화랑은 14일부터 '생각생각-신해철의 생각에 생각을 더하는 전시'를 열고 있다. 3년 전 우리 곁을 너무나 급작스럽게 떠난 신해철을 추모하고 그의 생각을 되새김질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건축가, 사진작가, 회화작가, 벽화작가, 조형작가, 설치작가, 플랜트디자이너, 시각디자이너, 주얼리디자이너, 타투이스트 등 22명이 참여했다.

지난해 경기도 성남의 '신해철 거리' 조성 작업을 하면서 인연을 맺은 사단법인 '꿈 이루는 세상'과 신해철의 오랜 팬인 양수인 건축가가 전시를 처음 구상한 것이 올해 봄이었다. 곧 진화랑도 합류하면서 '생각생각' 전시가 꾸려졌다.

'꿈 이루는 세상'은 신해철 유지를 받들어서 2016년 설립된 법인으로, 아내인 윤원희 씨가 현재 대표를 맡고 있다.

공동 큐레이터로도 활동한 양수인 건축가는 18일 기자간담회에서 "노래에는 그 가수의 생각이 담겨 있다"라면서 "항상 그 생각을 음악으로만 느끼는데, 이번에는 시각이나 다른 차원에서 공유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1층 전시장(2관)은 신해철의 개성을 표현한 작업으로 구성됐다. 노은아 작가의 실내 정원 '식물로 그린 마왕'은 수염틸란드시아에 가려진 선인장을 통해 고인을 기억한다.

노 작가는 작업노트에서 "그의 촌철살인에 숨은 속뜻은 이따금 편견에 가려졌다"라면서 "이는 수염틸란드시아의 장막을 걷은 자에게만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벽을 장식한 구 작가의 실내 벽화는 문재인 대통령 등 신해철과 직간접적으로 관계있었던 다양한 사람들의 군상을 함께 그렸다.

신해철의 생각을 조명하는 1관(2층 전시장)에서는 가사에서 발췌한 단어와 문장들을 재조합한 영상 작업을 선보인 양수인 작가, 고인이 지니고 만졌던 사물들을 투명 합성수지로 박제한 양자주 작가의 작품 등을 만날 수 있다.

지하 1층의 3관에서는 신해철의 작업실 일부를 되살린 공간을 만날 수 있고, 별도의 건물인 4관에서는 신해철 음악을 소재로 재해석한 작업들을 감상할 수 있다.

진화랑의 신민 기획실장은 "상업적으로는 주류가 아닐지 몰라도 자신만의 길을 꾸준히 가는 작가들을 섭외하려고 노력했다"면서 "그들이 신해철의 생각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1천30명이 참여한 카카오스토리 펀딩액 7천만원으로 마련됐다.

전시는 11월 30일까지. 문의 ☎ 02-738-7570.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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