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부가 국정운영 시스템을 일자리 중심으로 재편하고 재정·세제·금융조달·인허가 등의 업무 초점을 일자리 확충에 맞추는 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18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제3차 회의를 열고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을 심의·의결했다. 일자리위는 향후 5년간 추진할 5대 분야로 ▲일자리 인프라 구축 ▲공공일자리 창출 ▲ 민간일자리 창출 ▲일자리 질 개선 ▲맞춤형 일자리 지원을 제시하고, 이를 위한 10대 중점과제와 100개 세부추진 과제를 공개했다. 당·정·청 사전 협의를 거쳐 마련된 로드맵에서 정부는 공공부문에서 일자리 81만 개를 확충하고, 혁신성장과 연계한 민간일자리 창출에도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또 사회적 경제 활성화와 혁신벤처 생태계 완성을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동력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정부는 공공부문에서 상시·지속 업무를 하는 비정규직 7만 명을 올해 안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 향후 5년간 비정규직 20만 명을 정규직으로 바꾸기로 했다. 아울러 중앙·지방 정부의 민생 분야 인력 증원, 공기업·정부산하기관의 부족인력 충원, 근로시간 단축 등을 통해 61만 명분의 일자리를 더 마련한다고 한다. 이를 위해 국비 8조6천억 원, 지방비 8조4천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정부는 추산했다. 정부는 또 민간 부분에서 혁신기업 창업 붐을 일으키기 위해 창업·벤처 정책금융의 연대보증제를 내년 말까지 폐지하기로 했다. 이밖에 새로운 첨단 산업과 서비스업을 육성하는 차원에서 불특정 다수한테 자금을 모으는 크라우드 펀딩 규제를 대폭 완화할 계획이다.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금융 공급과 판로 지원을 확대하고 분야별 맞춤형 지원을 한다는 내용도 있다. 향후 5년 내 사회적기업에 제공하는 정부 보증 한도를 최대 5천억 원까지 확대하고, 공공입찰 가점도 늘리겠다는 것이다. '사회적 경제'란 구성원의 협력과 자조를 바탕으로 재화·용역을 생산·판매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모든 민간 경제활동을 말한다. 이윤의 극대화 대신 사회적 의미를 추구하면서 영업활동을 하는 사회적기업, 물건이나 지식을 나눠 쓰는 공유경제, 협동조합, 마을 기업 등이 여기에 속하는데 상대적으로 취업유발 효과가 크고 정규직 비중도 높다고 한다. 사회적 경제의 이런 특성을 살려 고용창출을 이끌겠다는 게 정부 생각인 듯하다.
이 로드맵에는 일자리 문제에 대한 정부의 고민과 해법이 농축돼 있다. 사실 수긍할 만한 내용이 적지 않지만 걱정스러운 대목도 있다. 공공부문 일자리를 81만 개나 늘린다는 대목이 우선 그렇다. 그중에서도 공공부문 비정규직 20만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부분이 특히 걸린다. 공공부문의 정규직 전환은 지금도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기존 정규직의 양보와 희생 없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반면 일자리 창출의 주역이 되어야 할 민간부문에 대한 지원 대책은 상대적으로 초라해 보인다. 민간부문의 일자리를 늘리려면 기업의 신규 투자가 필수적인데 그 핵심인 규제 완화 대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일자리 문제는 정부 정책만으로 해결되지 않고 시장을 움직이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면서도 "기업의 고용창출 노력이 계속되고 혁신 창업이 이뤄지는 가운데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함께한다면 못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정부와 민간부문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 같다. 하지만 이 정도 대책으로 민간부문의 적극적 협력을 유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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