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스승'과 '제자' 18명 기소…공금으로 개인손실 보전 '끈끈한 신뢰관계'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마치 '학당(學堂)'처럼 조직을 운영하며 주가조작으로 수십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스승'과 '제자'들이 검찰에 붙잡혔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금융조사1부(문성인 부장검사)는 이른바 '상한가 굳히기' 수법으로 주식 시세를 조종해 5년간 약 80억원의 부당이득을 거둔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권모(43)씨 등 8명을 구속기소하고 정모(41)씨 등 10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19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2년 5월부터 지난 2월까지 대신정보통신 등 78개 종목 주식에 대해 1∼3일간 고가·상한가 매수 주문 등 이상 매매주문을 반복적으로 넣은 뒤 해당 주식을 매도하는 '상한가 굳히기' 수법으로 78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조사 결과 이들은 서로를 스승이나 제자로 부르는 등 끈끈한 인간관계를 형성해 5년간 적발되지 않고 범행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스승인 권씨는 제자들에게 상한가 굳히기 수법을 가르쳤다. 제자 중에서 주가조작 실력이 뛰어난 사람은 중간관리자 격인 '고수'가 돼 다른 제자들에게 일대일 과외를 해줬다.
이들은 상한가 굳히기 수법에 대한 설명과 권씨의 어록을 담은 교재도 만들어 제자 교육에 활용했다.
검찰 관계자는 "교재는 범행 대상 종목을 선정하고 매수·매도 시점을 잡는 법 등을 설명한 '이론편'과 정신적 자세에 관해 조언하는 '마인드편'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내용이 매우 체계적이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제자가 손실을 내면 조직원들이 정기적으로 갹출해 마련한 공금으로 보전해주는 등 '경제공동체'를 형성했다. 5년간 탈퇴자가 단 한 명(기소중지)에 불과할 정도로 이들 사이의 신뢰는 깊었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은 '정치인 테마주', '중·소형주' 등 풍문에 따라 주가가 급등락하는 특징이 있어 소규모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 종목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면서 "일반투자자들의 판단에 악영향을 미치는 금융시장의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각종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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