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오러지, 중앙기율위·국가감찰위 맡아 '반부패 사정 총사령관' 될 것"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오른팔'인 왕치산(王岐山)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의 후임으로 자오러지(趙樂際) 당 중앙조직부장이 내정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9일 보도했다.
SCMP는 두 명의 당 소식통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왕치산의 후임으로 유력했던 리잔수(栗戰書) 중앙판공청 주임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을 맡는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의 국회 격인 전인대 상무위원장은 당 지도부인 7명의 정치국 상무위원 중 국가주석, 국무원 총리에 이어 서열 3위이다. 지금은 장더장(張德江)이 맡고 있다.
리잔수 주임의 전인대 상무위원장 내정에 대해 SCMP는 시 주석이 집권 2기에 법치주의 정착에 중점을 두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시 주석은 전날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보고에서 반부패 사정의 제도화를 강조하면서 "중국식 사회주의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법에 의한 통치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감찰개혁 시범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해 국가, 성, 시, 현에 감찰위원회를 설립도록 하는 것과 동시에 당 기율검사조직과 통합해, 공권력을 행사하는 모든 공직자를 관할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 3월 개최되는 전인대에서는 국가감찰위원회가 정식으로 설립될 전망이다. 이러한 작업을 원활하게 하려고 시 주석이 최측근인 리잔수를 전인대 상무위원장에 앉힌다는 것이 SCMP의 관측이다.
현재 장더장이 맡은 홍콩·마카오 업무를 리잔수가 이어받을 가능성도 있다.
시 주석은 당 대회 보고에서 "홍콩을 전면적으로 관리하고 통치할 권한을 확고하게 장악하겠다"고 밝혀 '홍콩 독립' 목소리 등을 내는 홍콩 민주 진영에 대한 더 큰 탄압을 예고했다.
천다오인(陳道銀) 상하이 정법학원 부교수는 "리잔수가 시 주석의 신임을 받아 전인대 상무위원장을 맡는다면 앞으로 전인대가 단순한 '고무도장'이 아닌 더 큰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오러지 부장이 중앙기율검사위를 맡게 되면 그는 신설되는 국가감찰위원회 주임까지 겸하게 돼 '반부패 사정의 총사령관' 역할을 하게 된다.
자오러지 부장의 중앙기율검사위 내정 소식을 전한 당 소식통은 그가 60세로 '7상8하(七上八下)'에서 아직 자유롭다는 점을 강조했다.
7상8하는 5년마다 열리는 당 대회 시점에 만 67세면 상무위원이 될 수 있지만, 68세 이상은 은퇴한다는 원칙이다. 자오러지 부장이 이번에 상무위원이 되면 그는 5년 후인 65세 때 상무위원을 다시 한 번 맡을 수 있다.
이 소식통은 "자오러지의 연령을 고려하면 그는 상무위원을 두 번 맡고 직위도 상승할 수 있다"며 "이는 반부패 사정의 연속성을 유지하고 심화시키는 데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오러지가 '시자쥔'(習家軍·시 주석의 옛 직계 부하)과 함께 부상한 '산시(陝西)방'이어서 발탁됐다는 분석도 있다.
시 주석은 부친 시중쉰(習仲勳) 전 부총리의 고향이기도 한 산시성에서 7년 동안 하방(下放) 생활을 보냈다. 하방은 문화대혁명 때 일정 기간 당원과 관료를 농촌 혹은 공장으로 보내 근무시킨 것을 말한다.
시 주석처럼 산시성에서 하방 생활을 했거나 근무한 경험이 있는 산시성 출신 인사를 통틀어 산시방이라 부른다.
대표적인 산시방에는 시베이대학을 다니고 옌안(延安)현에서 하방 생활을 한 왕치산이 있다. 산시성 서기로 5년간 근무한 자오러지 부장도 산시방으로 꼽힌다.
자오러지 부장은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칭하이(靑海)성 서기를 역임한 후 2007년에 산시성 서기로 선출됐다. 이후 2012년 당 중앙조직부장을 맡아 당의 조직과 인사를 총괄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보쉰(博迅), 영국 BBC 중문판, 싱가포르 연합조보(聯合早報) 등이 잇달아 자오러지 부장의 차기 상무위원 진입을 점쳐 그의 중용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이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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