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경찰청 협업·시스템치안 도입…올해 살인·강도 74건 100% 검거
(대구=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지난 13일 오후 1시 7분께 경북지방경찰청 112지령실에 구미주민 A씨가 신고 전화를 했다.
"평소 알고 지낸 B(60·여)씨가 이상하게 계속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주거지 확인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112지령실 출동 지령을 받은 담당 파출소 경찰관은 B씨 주점으로 들어갔다가 그가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봉철 구미경찰서 형사과장은 살인사건임을 직감하고 경북경찰청에 과학수사요원 출동을 요청하는 동시에 형사들을 현장에 집결시켰다.
형사들은 팀을 나눠 현장 주변을 수색, 탐문하고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용의자가 오전 7시 30분께 주점 밖으로 나온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후 행적은 금방 드러나지 않았다.
주변 상가 CCTV를 분석하던 경찰은 오전 9시 30분께 현장 주변에서 숨진 B씨 차가 움직이는 장면을 찾아냈다.
B씨 차적을 미리 확인하지 않았다면 포착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구미경찰서는 용의자가 B씨 차를 타고 달아났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경북경찰청 강력계와 협의해 차를 수배했다.
경북경찰청은 차가 대구에 들렀다가 칠곡으로 가 석적읍을 통과하는 장면을 확인하고 즉시 인근 지역 모든 순찰차를 예상 도주로에 배치했다.
칠곡경찰서 석적파출소 소속 경찰관들은 순찰차를 타고 추격한 끝에 수사 착수 3시간 20분 만에 석적읍 내 한 도로에서 차에 탄 용의자 C씨를 검거했다.
구미경찰서, 칠곡경찰서, 경북경찰청 협업이 빛난 순간이었다.
경북경찰청과 일선 경찰서가 이렇게 협업으로 사건을 해결한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 4월 경산에서 일어난 농협 권총 강도사건이 대표 사례다.
당시 범인은 차와 달리 번호판이 없는 자전거를 도주에 이용했다.
특이한 흔적이 없고 행적이 뚜렷하지 않아 사건이 장기화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쏟아졌다.
말투가 어눌하고 단어나 단문으로, 몸짓을 많이 했다는 점 때문에 인근 공단에서 일하는 외국인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았다.
경북경찰청은 경산경찰서 수사과 직원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해 광역수사대 경찰관 17명을 더 투입해 밤새도록 탐문 수사와 CCTV 분석에 매달렸다.
자전거 행적이 오리무중인 가운데 경찰은 자전거를 싣고 가는 화물차를 발견해 사건 발생 55시간 만에 용의자를 체포했다.
이런 협업은 경북경찰이 올해 발생한 살인·강도 74건을 모두 해결하는 실적으로 이어졌다.
절도사건도 9월까지 검거율이 67%로, 지난해 같은 기간 53%보다 크게 높아졌다.
올해 발생한 편의점 강도 5건을 모두 1시간 안에 해결했다고 도경 관계자는 설명했다.
3월 문경에서 발생한 3인조 금은방 털이 사건과 6월 영주에서 일어난 초등학생 납치사건 용의자는 각각 발생 6시간과 31시간 만에 검거했다.
이승목 경북경찰청 강력계장은 "조직 간 협업과 시스템 치안을 적극 도입한 결과 범죄 대응력을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sds1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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