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개입 방관…불량국가 취급하다 의도찮은 밀어주기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이라크 정부군이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와 함께 쿠르드계가 장악하던 키르쿠크 주(州)를 점령한 것과 관련, 미국이 사태에 개입하지 않으려다 오히려 정적인 이란과 손을 잡게 됐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8일(현지시간) '키르쿠크의 싸움이 미국과 이란을 같은 편에 서게 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이 키르쿠크 사태를 묵인하면서 결과적으로 미국과 이란이 공조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라크 정부군이 지난 16일 쿠르드계가 점령 중이던 북부 유전지대 키르쿠크 주를 공격해 탈환할 때 이란이 시아파 민병대를 통해 지원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란이 이라크 내에서 세력을 확장하는 데 기여한 사건인 터라 당시 미국의 태도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쏠린다.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서 이라크 정부와 KRG를 모두 지원한 미국은 "아무 쪽도 편들지 않는다"며 침묵을 지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자국의 만류에도 분리독립 투표를 강행한 KRG에 대한 분노의 표시로 이번 사태를 의도적으로 방관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독립투표 계획을 보류하고 이라크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독립을 타진하라고 KRG에 제안했다가 거부당하자 분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라크군이 키르쿠크로 진격하는 것을 암묵적으로 승인했고, 그 사실만으로 사실상 이라크와 이란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직 국무부 관리였던 데이비드 L. 필립스는 NYT에 "하이데르 알아바디 이라크 총리가 미국에 알리지 않은 채 키르쿠크를 공격하진 않았을 것이다"라며 "최소한 미국은 공격이 임박했음을 알았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이라크 전문가인 마리아 판타피에도 "미국은 청신호를 줬고, 이라크군은 그것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란은 시아파 군사들을 키르쿠크에 파견해 쿠르드족을 분열시키는 동시에 이라크 정부에 대한 이란의 영향력을 더욱 강화하는 쾌재를 불렀다.
이라크 정부군이 키르쿠크에 진입할 때 철수해 길을 열어준 쿠르드계 정파 쿠르드애국동맹(PUK)은 이란, 이라크 정부 지도부 등 시아파를 지지하는 입장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이란이 의도하지 않게 공조하게 됐다고 상황을 추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중동의 불안요소로 지목하면서 이란과의 핵합의를 무력화하려는 절차를 개시한 지 며칠 만에 키르쿠크 사태가 불거진 점을 특이한 상황으로 주목했다.
조슈아 겔체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국장은 "미국이 이란 핵 합의를 백지화할 것을 위협하고, 이란을 테러지원국으로 공격하는 상황에서 이란을 돕게 된 것은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탈선한 것처럼 비친다며 "이란에 대해 더욱 강경해졌다는 미 정부의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지게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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