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투수 교체 순서 고민해야"…김인식 "두산 좌타자들이 키"
"단기전은 양팀 감독의 치열한 머리싸움도 야구의 묘미"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가 잠실벌 혈투에서 1승씩을 주고받았다.
이제 플레이오프(PO) 무대를 마산구장(20·21일)으로 옮긴다.
19일 서울시 송파구 잠실의 한 커피숍에서 '야구 장인' 김성근(75) 일구회 고문과 김인식(70) 전 국가대표 감독을 만났다. 이들은 한 발짝 떨어져서 PO 승부를 지켜보며 야구의 묘미도, 아쉬움도 느꼈다고 했다.
김인식 전 감독이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2015년 야구 부문 올해의 국가대표 감독으로 뽑힌 걸 축하하고, 야구계 현안에 대해 논하던 두 베테랑 지도자는 자연스럽게 PO 1, 2차전을 돌아보고 3, 4차전을 전망했다.
김성근 고문은 SK 와이번스에서 3차례 한국시리즈 우승(2007, 2008, 2010년)을 차지했고, 김인식 전 감독도 OB와 두산에서 두 차례(1995, 2001년)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지도자 둘은 마운드와 타석을 모두 살피며 PO 관전 포인트를 꼽았다.
◇ "NC, 투수 교체 순서 고민" = 김인식 전 감독은 "외부에서는 모르는 더그아웃 사정이 있다. 투수 교체 결과를 놓고 비판을 하는 건 무리"라고 했다. 이에 김성근 고문도 동의했다.
하지만 "투수 교체 상황과 순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특히 NC의 불펜 운영이 두 베테랑 지도자의 눈길을 끌었다.
김성근 고문은 "PO 2차전, NC가 6-4로 앞선 6회 말 구창모와 제프 맨쉽이 등판하는 상황을 보며 여러 생각을 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구창모가 두산 좌타자 김재환·오재일을 상대하러 올라왔는데 릴리스 포인트가 흔들렸다. 결국, 볼넷 2개를 내줬다. 뒤이어 등판한 맨쉽은 전반기 때 좋았던 모습이 아니었다. 사실 1차전에서도 구위는 떨어져 있었다"며 "전체적으로 NC 불펜의 힘이 떨어져 김경문 감독의 걱정이 많을 것이다. 3. 4차전에서는 더 효과적인 '등판 순서'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2점 차로 앞선 상황에서 제구가 흔들린 구창모가 볼넷을 헌납하며 주자를 쌓았고, 구위가 떨어진 맨쉽은 역전 만루포를 허용했다.
김성근 고문은 "구창모가 1차전에서 김재환과 오재일을 삼진 처리했다. 하지만 2차전은 그때와 상황이 달랐다"며 "구창모 등판 상황에서는 홈런을 맞더라도 볼넷은 헌납하지 않을 제구력 있는 투수, 주자가 있을 때는 구위로 타자를 누를 수 있는 투수가 나와야 하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두산의 투수 교체 상황도 관심사다.
김인식 전 감독은 "두산 선발진이 지난해처럼 좋지는 않다. 하지만 2차전에서 장원준을 6회에도 내보내며 조금 더 길게 쓴 게 이후 불펜 투입을 원활하게 했다"며 "마이클 보우덴과 유희관이 흔들릴 경우, 김태형 감독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 궁금하다"고 했다.
◇ "두산 좌타자가 키" = 마산구장은 잠실보다 좁다. 잠실 2경기에서 홈런 10개를 허용한 양 팀 투수들에게는 두려운 장소다.
투수진의 힘이 다소 떨어진 NC로서는 두산의 좌타자 거포들을 어떻게 상대하느냐가 승패를 가를 수 있다.
김인식 전 감독은 "김재환, 오재일 등 두산 좌타자와 승부가 NC에겐 무척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재환은 PO 2차전에서 3점포 2방을 터뜨리며 쾌조의 타격감을 과시했다. 오재일은 정규시즌에 마산에서 홈런 3개를 쳤다.
김인식 전 감독은 "1, 2차전처럼 김재환과 오재일이 연이어(4·5번타자)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NC는 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좁은 마산구장에서는 둘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토종 투수 활약·더그아웃 움직임 봤으면" = 승패를 떠나 두 지도자가 보고 싶은 장면도 있다.
김성근 일구회 고문은 "개인적으로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가장 재밌게 본 경기는 롯데 자이언츠와 NC의 준PO 1·2차전이었다. 선발 투수가 팽팽하게 붙는 경기였다"고 했다.
준PO 1차전에서는 에릭 해커(NC, 7이닝 8피안타 1실점)와 조쉬 린드블럼(롯데, 6이닝 5피안타 2실점), 2차전에서는 장현식(7이닝 3피안타 1실점 비자책)과 브룩스 레일리(5⅓이닝 4피안타 무실점)가 호투했다.
김인식 전 감독은 "토종 투수가 포스트시즌에서 멋진 맞대결하는 모습을 보면 더 즐거울 것 같다"고 했다.
PO 1, 2차전에서 양 팀 더그아웃의 움직임은 많지 않았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두 전임 감독은 "양 팀 감독이 조금 더 움직이면 재밌을 것"이라고 했다.
김인식 전 감독이 "메이저리그에서는 감독의 움직임이 적다. 하지만 KBO리그는 메이저리거가 뛰는 무대가 아니지 않나. 특히 단기전에서는 감독이 손 쓸 부분이 많다"고 말하자, 김성근 고문은 "좋은 얘기다. 양 팀 더그아웃의 치열한 머리싸움도 야구의 묘미"라며 동의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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