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점없는 '최후카드' 교환…21일 긴급 국무회의·반정부시위 예정
쌍방 악감정 격화…위헌성 들어 공권력 투입 땐 물리충돌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스페인 중앙정부와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분리독립 갈등을 둘러싸고 사실상 최종 입장을 서로 주고받았다.
스페인은 카탈루냐가 독립안을 철회하지 않으면 헌법 조항에 의거해 자치권을 몰수하겠다고 압박했다. 카탈루냐는 스페인이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 공식적으로 독립을 선포하겠다고 맞받았다.
더는 물러설 수 없는 마지막 카드를 던진 만큼 쌍방이 극적인 타협을 이뤄낼지, 끝내 충돌하고 말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호르디 수클라 카탈루냐유럽민주당(PDeCAT) 부대표는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며칠 내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아마도 1∼2주 내 명백하게 독립을 선언하는 결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독립을 찬성하는 주요 정당의 원로 의원들은 오는 23일 모여 이 같은 계획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도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에게 보낸 서한에서 "중앙정부가 대화하지 않고 우리에 대한 압박을 계속한다면 자치의회가 (분리독립 의결) 절차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독립에 찬성하는 주민투표 결과를 토대로 카탈루냐가 독립권한을 얻었다고 선언했으나 독립 선언을 보류한 상태다.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따라 이 같은 분리독립 행보를 위헌, 불법행위로 보는 스페인 중앙정부는 이에 자치권 몰수 절차에 들어가기로 했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헌법 155조를 발동해 그간 카탈루냐에 부여된 자치권을 되찾아가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페인 헌법 155조는 헌법을 위반하고 중앙정부에 불복종하는 자치정부를 상대로 '정부가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 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중앙정부는 이 조항을 통해 스페인 자치의회 해산, 지방선거 실시, 자치결정권 몰수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
스페인은 각 지역정부가 자율성을 갖고 통치하는 전통이 있기 때문에 헌법 155조는 중앙정부가 각 지역정부를 정치적으로 '위협'하는 수단으로 사용했을 뿐, 실제 발동한 것은 카나리아제도와 세금 문제로 논쟁을 벌였던 1989년 단 한 차례다.
하지만 스페인 정부는 푸지데몬 수반과 거의 접점을 찾지 못하는 이번에야말로 헌법 155조를 발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21일 긴급 국무회의를 열어 자치권 몰수 방안을 논의한 뒤, 집권당인 국민당(PP)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상원에서 투표를 부칠 예정이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PP 대변인 라파엘 에르난도는 "푸지몬드 수반은 할 수 있는 한 카탈루냐를 해치려 하는 무책임한 좀비 지도자"라고 비난했다.
카탈루나와 스페인의 견해 차가 이처럼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양측의 갈등은 고조되고 있다.
중앙정부의 거듭된 압박, 독립 시민단체 대표들의 구속 등을 둘러싸고 카탈루냐 주민들 사이에서도 반발심이 커지고 있다.
만일 스페인 정부가 헌법 155조에 근거, 공권력을 투입해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행정권과 경찰력을 장악하려 한다면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바르셀로나 도심 곳곳에서는 스페인 정부의 '탄압'을 비난하고 분리독립에 찬성 혹은 반대하는 집회가 매일 같이 열리고 있다.
특히, 카탈루냐 독립을 지지하는 시민단체 '카탈루냐 국민의회'(ANC)의 조르디 산체스가 구속된 뒤 중앙 정부 규탄 집회는 더 격화하고 있다.
스페인 법원에서 두 사람을 구속을 결정한 직후 열린 촛불집회에는 약 20만명이 운집했다.
시민사회는 앞으로도 계속 집회를 이어나갈 계획이며 당장 21일 오후 바르셀로나에서는 헌법 155조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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