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체제' 다가간 시진핑, '격대지정' 대신 새 후계 방식 모색할 듯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의 차기 지도자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됐던 후춘화(胡春華·54) 광둥성 서기와 천민얼(陳敏爾·57) 충칭시 서기가 모두 최고 지도부인 상무위원에 진입하지 못할 것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0일 보도했다.
SCMP가 당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상무위원 진입이 유력한 것으로 여겨졌던 후춘화는 차기 부총리로 내정되면서 정치국원 진출에 그칠 전망이다.
중국 공산당은 19차 당 대회 대의원으로 2천287명을 선출했으며, 이들이 중앙후보위원 170여 명·중앙위원 200여 명을 뽑는다. 중앙위원 중 정치국 위원 25명이, 여기서 최고 지도부인 상무위원 7명이 정해진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후계자로까지 점쳐졌던 천민얼도 경력 부족 등으로 상무위원에 진입하지 못하고 정치국원 진입에 그칠 전망이다.
이는 앞서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보쉰(博迅)이 전망했던 것과 일치하는 부분이다.
보쉰은 후춘화와 천민얼이 상무위원에 발탁되지 않고 대신 왕후닝(王호<삼수변+扈>寧) 당 중앙정책연구실 주임과 자오러지(趙樂際) 중앙조직부장이 상무위원에 입성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전날 SCMP도 당 소식통들을 인용해 리잔수(栗戰書) 당 중앙판공청 주임과 자오러지 부장이 상무위원에 진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리잔수는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자오러지는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를 맡는다고 전했다.
SCMP와 보쉰의 전망이 현실화한다면 이는 시 주석이 중국 공산당의 불문율인 '격대지정(隔代指定)'의 전통을 깨뜨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격대지정은 중국 지도자가 한 세대를 건너뛰어 그다음 세대 지도자를 미리 지정하는 것을 말한다. 당 총서기와 국무원 총리를 맡을 2명의 후계자 후보가 미리 지명돼 5년간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정치 수업을 받게 된다.
이에 따라 덩샤오핑(鄧小平)은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을 이을 후진타오(胡錦濤)를 미리 낙점했고, 후진타오는 시 주석을 이을 지도자로 후춘화(胡春華)와 쑨정차이(孫政才)를 지정했다.
다만 지난 7월 쑨정차이가 부패 혐의로 낙마하면서 대신 천민얼이 이번 대회에서 상무위원에 진입할 것으로 점쳐졌었다.
이에 따라 시 주석이 이번 당 대회에서 후계자를 지정하지 않고 10년 임기가 끝나는 2022년 이후에도 장기 집권을 도모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이와는 다른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바로 시 주석이 격대지정 대신 새로운 후계자 선출방식을 모색할 것이라는 얘기다.
당 소식통은 "격대지정 후계자로 선정된 후에는 차기 대권을 둘러싼 치열한 권력 투쟁이 벌어져 차기 후계자가 권력 투쟁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며 "또한 차기 후계자에게 아부하려는 세력이 몰려드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7월에 낙마한 쑨정차이도 후진타오에 의해 차기 지도자 후보로 선정된 후 여러 세력이 몰려들면서 부패 추문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전반적으로는 더 많은 여러 명의 후보군에서 경력과 업적을 따져 차기 후계자를 선정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중국 공산당의 차기 상무위원과 정치국원은 24일 19차 당 대회가 폐막한 후 다음 날 열리는 1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결정된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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