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사법부 보수화 질타…'MB 저격'도 지속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법사위니 적폐청산위니 다 그만두고 싶다. 이러다 인격파탄 나겠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렇게 토로했다. 고성과 막말이 오간 끝에 파행한 법사위 국정감사에 대해 일부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투사로 나설 수밖에 없는 '속앓이'를 하소연한 것이다.
박 의원은 지난해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특위에서 민주당 간사를 지낸 데 이어 정권 교체 후 당 적폐청산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정부·여당이 적폐청산을 시대적 과제로 내세운 가운데 박 의원은 주변 의원들에게 "야수가 돼야 한다"고 거듭 당부할 정도로 날 선 의정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특히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등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검찰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수차례 주장하며 'MB 저격수'를 자처해 눈길을 끌었다.
판사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법무비서관을 역임하기도 한 박 의원은 '친정'인 사법부를 대상으로 한 국감에서 유독 성실하고 날카로운 질의로 더욱 존재감을 발휘했다.
박 의원은 최근 12년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211건을 전수조사해 양승태 대법원장 취임 후 전보다 전체 판결 수는 늘었지만, 만장일치 판결이 늘어 사법부가 보수 획일화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대법원이 2013년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키코(KIKO) 사건에서 금융기관의 사기 혐의를 입증할 수사보고서가 곧 제출될 수 있는 상황을 인지하고도 이를 기다리지 않고 금융기관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확정했다고 폭로했다.
'MB 저격'은 국감에서도 계속됐다.
박 의원은 19일 감사원 국감에서 김은기 전 공군참모총장을 직접 만나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8년께 제2롯데월드 건축 승인 과정에 개입하고 특혜를 준 정황을 전해 들었다고 밝히면서 "기업의 이익을 위해 안보를 팔아먹었다"고 질타했다.
박 의원은 국감 질의를 마칠 때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문자메시지를 통해 지지자들의 응원과 격려가 수백 건씩 답지해 힘을 얻는다고 한다.
박 의원은 2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국감에서 적폐청산과 관련한 현안 중심으로 질의를 많이 했다"며 "기존 태스크포스(TF) 등에서 다루지 않은 주제를 부각해 사회적 경각심을 갖게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적폐청산의 궁극적인 목표는 제도와 시스템 개선"이라며 "조직 문화 개선에 초점을 맞출 것이기 때문에 11월 국회에서는 더 할 일이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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