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부산의 한 기초의회 의원들이 자신들이 직접 서명하고 공동 발의한 안건에 반대표를 던져 본회의 통과를 무산시키는 촌극이 벌어졌다.
20일 부산 사상구의회에 따르면 이날 본회의에 상정된 '모라1동 복합주민센터 건립사무 감사원 감사 청구안'이 구의원 6명의 찬성, 6명의 반대로 부결됐다.
이 감사 청구안은 지난달 구의원 10명이 공동발의한 것이다.
구청이 모라 1동 주민센터를 짓는 과정에서 사업비를 61억→133억→105억원으로 고무줄처럼 늘였다가 줄이고 이 과정에서 주민이 요구하는 필수시설을 뺀 것에 대해 의혹이 불거지자 구의원들이 감사 청구를 추진한 것이다.
'공익사항에 관한 감사원 감사청구처리 규정'에 따라 기초의회는 본회의 의결을 통과한 청구안과 회의록 사본을 첨부해 감사원에 감사를 요구할 수 있다.
민주당 조송은 구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여야 구의원 9명이 직접 서명하는 방식으로 발의했다.
하지만 본회의 표결에서 공동 발의했던 한국당 소속 구의원 4명이 돌연 반대표를 던지며 통과를 무산시켰다.
이에 대해 한국당 구의원들은 "동료의원들끼리 발의할 때 서명을 품앗이해주는데 서명 당시 자세한 내용을 몰라 찬성했다"며 황당한 해명을 내놓았다.
이들은 "행정에 문제가 있으면 상급 기관에 고자질할 게 아니라 의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면 되지 않느냐"면서 "조 의원이 내용을 감추고 서명만 받아 가는 바람에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 의원은 "제목만 봐도 안건 내용을 알 수 있는데 제목도 안 읽고 서명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한국당 소속 구청장에게 같은 당 의원이 감사 청구를 한다는 비판이 쏠리자 입장을 바꾼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구의원들은 한국당 의원이 이날 안건을 무산시킨 데 항의해 구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모라1동 복합주민센터 사업에 대한 감사는 이날 구의회의 감사 청구안 무산과 관계없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모라동 주민 500명은 지난 10일 감사원에 감사요구서를 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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