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일시 중단됐던 울산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공사를 재개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위원장 김지형)는 20일 브리핑에서 "시민참여단 471명의 4차 공론조사에서 건설재개 의견이 59.5%, 중단 의견이 40.5%로 편차가 19%포인트였다"면서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재개하는 정책 결정을 정부에 권고한다"고 밝혔다.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은 즉각 "이번 권고안을 최대한 존중하고 이를 토대로 후속조치가 차질없이 이행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오는 24일 국무회의에서 공사 재개를 확정할 방침이다. 지난 7월 공정률 29.5%였던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잠정 중단시킨 후 벌어졌던 논란이 일단락되는 것 같다.
4차 조사에서 건설재개 의견이 중단 의견을 19%포인트나 앞선 것은, 박빙으로 나왔던 그간의 여론조사 흐름에 비춰 의외였다. 이번 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 수준에서 ±3.6% 포인트였다. 양측 의견의 편차가 최소한 7.2%포인트는 돼야 의미가 있는데 실제로는 2배 이상이었다. 김 위원장은 "조사 회차를 거듭할수록 모든 연령에서 건설재개 비율이 증가했고, 특히 20~30대에서 증가 폭이 컸다"고 설명했다. 여권은 고위 당·정·청 회의를 열어 공론화위 권고를 수용하고 후속조치를 논의했다. 반면 야 3당은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철회하고 그동안의 국론분열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나 관련 지자체는 입장에 따라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공론조사 결과는 대체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인 듯하다.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하지만 이미 공사가 상당히 진행된 상황이어서 일시 중단 상태에서 공론화위가 가동됐다. 3개월 공사 중단에 따른 손해는 약 1천억 원 정도라고 한다. 야당에서는 이를 놓고 공사 중단이 성급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런데 이번 공론조사에서는 주목할 만한 부수적 결론이 도출됐다. 공론화위 권고에 "원자력 발전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라"고 내용이 들어간 것이다. 실제 공론조사에서 '원자력 발전 축소' 찬성률은 53.2%로 '유지'(35.5%)나 '확대'(9.7%)보다 훨씬 높았다. 그래도 논란의 불씨는 남을 것 같다. 향후 정부의 원자력 정책을 묻는 것은 원래 4차 공론조사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탈원전 논란 자체가 피할 수 없는 문제여서 나중에 설문 문항으로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최근 공론화위는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의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며, 따라서 어떤 결론이 나든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그래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공론화위가 4차 조사에서 설문 항목을 추가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자초한 것 아닌지 모르겠다.
신고리 공론화위의 시민참여단은 500명에 달했다. 국내에서 이런 규모의 공론조사가 이뤄진 것은 처음이다. 찬반이 엇갈리는 초대형 국책 현안에 대해 '숙의 민주주의' 방식으로 해법을 찾는 시도여서 주목받았다. 하지만 법적 타당성 등을 놓고 논란도 만만치 않았다. '숙의 민주주의' 방식을 국내에 적용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런 진통을 생각하면 결론은 절묘했다. 주 현안인 신고기 5·6호기 공사는 재개하되 향후 원자력 발전은 축소하라는 권고가 나왔으니 말이다. 청와대로서는 큰 공약 하나를 접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반면 '탈원전'에 대한 과반의 지지를 공론화 과정에서 확인한 것은 의미 있는 성과다. 정작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신고리 5·6호기는 약속한 대로 공사를 재개하면 된다. 그런데 탈원전 정책은 계속 논란거리로 남을 공산이 크다. 원자력 발전 축소에 대한 시민참여단의 과반 지지를 확대해석하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원자력 발전 축소'가 큰 그림에서 바람직하다는 정도일 것이다. 정부가 시민참여단의 결론을 무리하게 적용해 갈등을 키우지 않았으면 한다. 탈원전을 하더라도 국내 원전기술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측면도 살펴가면서 속도와 강도를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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