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강 코스 표면은 눈보다 얼음에 가까워
설질 나쁘면 경기력 저하와 선수 부상 위험성 '↑'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새하얀 설원 위를 가로지르며 슬로프를 내려오는 스키 선수의 모습은 동계올림픽을 표현하는 전형적인 한 장면 가운데 하나다.
설상 종목의 대표격인 스키는 2018년 2월 막을 올리는 평창 동계올림픽 금메달 102개 가운데 50개가 쏟아져나오는 '메달 박스'다.
그러나 이런 스키 종목을 진행하는 경기 요원 입장에서는 눈이 내리는 날씨가 썩 달갑지 않다.
이것은 스키 경기가 열리는 코스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와 연관이 깊다.
가파른 경사면을 타고 빠르게 내려오는 알파인 코스는 사실 눈보다 얼음으로 이뤄졌다고 봐야 한다.
최고 시속 100㎞에 가까운 속도가 날 정도로 미끄러운 표면을 만들기 위해 얼음으로 만들어진 스키장 바닥에 인공 눈을 깔고 그 위에 물을 뿌려 눈을 얼리고 나서야 스키 경기가 열리는 코스가 조성된다.
이후로도 굴곡이 남아 있는 코스 표면을 평탄하게 만드는 작업이 이어져야 한다.
이렇게 만든 스키 코스는 날씨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먼저 너무 따뜻한 날씨는 당연히 경기 진행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통상 0도 정도의 기온이 유지되는 것이 최적의 코스를 가능하게 한다.
반대로 너무 추워도 문제다. 체감온도가 영하 20도 밑으로 떨어지면 경기 진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경기 진행 요원들은 바짝 긴장하게 된다.
소량의 눈은 큰 문제가 없지만 많이 내리게 되면 평탄하게 얼려놓은 빙판에 굴곡이 생기면서 선수들의 경기력 저하 또는 부상 위험성 등이 커지기 때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인 2018년 2월 평창의 평균 기온은 영하 4.8도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평년 평균 최고기온은 0.2도, 최저는 영하 9.8도로 기록되고 있다.
다만 2004년 2월 20일 평창 최고기온이 16.5도까지 오른 적이 있어 대회 기간 날씨는 예단하기 어렵다.
오히려 문제는 장애인올림픽이 열리는 3월로 이때 평년 기온보다 많이 높아질 경우 스키 종목의 경기 진행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편 스키는 세부 종목에 따라 스키의 길이가 달라진다.
눈 위에서 강조되는 동작이 알파인, 크로스컨트리, 점프, 프리스타일, 스노보드, 노르딕 복합 등 세부 종목에 따라 제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알파인만 놓고 보면 스피드 종목인 활강과 슈퍼대회전은 남녀 모두 스키 길이가 200㎝를 넘는 반면 기술 종목인 회전과 대회전은 여자 회전이 155㎝로 가장 짧고 남자 대회전이 195㎝ 이상이 기준으로 차이가 난다.
또 평지를 달리는 크로스컨트리의 스키는 더 얇고 가벼운 재질로 되어 있다. 또 쭉쭉 치고 나가야 하는 특성으로 인해 스키화 앞쪽만 고정되고 뒤쪽은 자유롭게 떨어지도록 만들어졌다.
일반적으로 스키는 길이가 길수록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지만 방향 및 기술 컨트롤이 어려워지는 특성이 있다.
'설원의 곡예'로 불리는 모굴처럼 공중에서 묘기를 부려야 하는 종목의 경우 스키는 짧고 가벼운 재질로 만들어 공중회전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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