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심의절차 종료' 83건 중 소회의가 71건…전원회의 12건 불과
지난해 의결서 공개 의무화 이후 줄어드는 추세…올해 1건 불과
전원회의 안건, 사회적 관심 높아 적극적 법 집행 경향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면죄부 논란이 끊이지 않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의절차 종결' 결정이 소회의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2013∼2016년까지 공정위 전원회의·소회의 심의 중 심의절차 종료 결정이 내려진 사안은 총 83건이었다.
심의절차 종료는 피심인에 대해 제재를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무혐의 결정과 효력이 같지만 추가로 증거가 발견되면 심의가 진행된다는 점에서 다르다.
4년간 내려진 심의절차 종료 결정 83건 중 전원회의 결정은 12건(14%)에 불과했고 나머지 71건(86%)은 모두 소회의에서 나왔다.
전원회의는 위원장(주심)과 부위원장, 3명의 상임위원, 4명의 비상임위원 등 총 9명이 심의하는 공정위의 최고 회의체로 사회적으로 관심이 큰 주요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을 주로 심의한다.
반면 소회의는 상임위원 1명(주심)을 포함한 3명의 위원이 심의하며 표시광고법·가맹사업법·하도급법 등 전원회의 안건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복잡한 사건을 다룬다.
연도별로 보면 지난해 심의절차 종료로 결정된 29건의 사건 중 26건이 소회의에서 처리됐고 전원회의 결정은 단 3건에 불과했다.
2015년에도 심의절차 종료 사건 17건 중 5건만이 전원회의에서 나왔고 2014년 10건 중 3건, 2013년에는 27건 중 단 한 건만이 전원회의에서 처리되는 데 그쳤다.
심의절차 종료 결정은 의결서 공개가 의무화된 지난해 7월 이후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심의절차 종료 29건 중 7월 이후 내려진 결정은 단 3건에 그쳤다. 올해 10월 기준으로 심의절차 종료 결정이 내려진 결정은 한 건에 불과하다.
전원회의의 심의절차 종료 결정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에는 전원회의 안건에 대한 높은 사회적 관심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전원회의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건이 많다보니 조사도 심도있게 이뤄지고 위원들도 법 집행을 적극적으로 하는 경향이 있어 사실상 무혐의인 심의절차종료 결정이 적다는 것이다.
반면 소회의 사건은 신고사건이 많고 사회적 관심도 적다보니 제재 근거가 약하거나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 합의를 유보하기보다는 '심의절차 종료'로 끝내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다.
'심의절차 종료'는 사법적 근거가 부족하고 사실상의 면죄부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많아 이전부터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았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이동우 변호사는 지난달 공정위 신뢰제고 토론회에서 신뢰제고안의 하나로 '심의절차 종료' 폐지를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사실관계 확인 곤란이나 시장 상황 등을 이유로 심사절차를 종료하는 관행은 아무런 법적 근거 없는 행위"라며 "법 위반행위가 없다면 무혐의, 있다면 경중에 따라 처분하면 되고 사유가 있으면 조사를 중지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CMIT 가습기 살균제의 표시광고법 위반과 CD금리 담합 사건은 심의절차 종료 결정으로 논란이 된 대표적 사례다.
공정위는 지난해 8월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례가 있었음에도 환경부에 의해 위해성이 최종 입증되지 않았다며 '심의절차 종료' 결정을 내려 논란이 됐다.
2012년부터 4년여간 계속된 6개 시중은행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조사는 심사관 측이 뚜렷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음에도 무혐의가 아닌 '심의절차 종료' 결정이 내려져 면피성 결정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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