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투자·수출 아주 좋아"…한은 '3% 전망' 이유는

입력 2017-10-22 07:11  

"설비투자·수출 아주 좋아"…한은 '3% 전망' 이유는

3분기 성장률 관심…1% '깜짝 반등' 나올까

전문가들 "부동산 경기·소비 회복세 불안"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노재현 기자 = 한국은행이 지난 19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종전보다 0.2% 포인트 올린 이후 금융시장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최근 수출 등 경제지표를 볼 때 한국경제가 비교적 양호하다는 공감대가 있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추정한 잠재성장률(연간 2.8∼2.9%)을 웃돌 만큼 경기가 뜨거운지를 놓고 물음표가 남았다.

공교롭게도 한국은행은 3%를 목표로 뛰는 정부와 보조를 맞춘 모양새가 됐다.

그동안 한국은행은 민간보다 높은 성장률 전망치를 자주 제시했고 올해도 마찬가지다.

민간연구기관인 LG경제연구원(2.8%), 현대경제연구원(2.7%)뿐 아니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2.6%)은 올해 성장률을 2%대 후반으로 보고 있다.

시각 차이는 설비투자에서 가장 크다.

한국은행은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을 14.0%로 수정했다.

석 달 전인 7월 발표 때보다 4.5% 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특히 하반기 설비투자 증가율 전망치 12.1%는 현대경제연구원 전망치(5.2%)보다 6.9% 포인트나 높다.

한국은행은 설비투자 흐름이 견고하다고 낙관했지만, 민간기관들은 하반기에 설비투자가 상승세가 약해졌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통계청의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전월 대비 설비투자 증가율은 7월(-5.1%)과 8월(-0.3%)에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의 수출 전망도 더 밝아졌다.

올해 상품수출 증가율 전망치는 3.7%로 7월보다 0.2% 포인트 올랐다.

한국은행은 설비투자와 수출 전망치를 높인 것이 단순한 '희망 사항'이 아니라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산출한 결과라고 강조한다.

최근 민간기관들은 7∼8월 수치만 보고 경기를 판단했지만, 한국은행은 9월 경기 흐름까지 파악했으며 당초 예상보다 수출과 설비투자가 훨씬 좋다는 설명이다.

반도체를 앞세운 수출 호조가 설비투자를 견인하면서 경기 회복세가 강하다고 분석했다.

보통 한국은행은 경제 전망을 할 때 공식 통계뿐 아니라 관련 업체나 기관의 최신 자료를 참고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9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전망을 앞두고 조사국에서 여러 가지 모니터링을 했는데 설비투자가 7∼8월 주춤했지만 9월 들어서는 IT(정보통신) 투자 확대에 힘입어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소비 부문에서도 회복세가 미흡하다는 민간기관들의 평가가 많지만, 한국은행의 생각은 다르다.

이주열 총재는 "추석 연휴 효과 등으로 소비도 확대되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경기 개선에 대한 자신감이 엿보인다.

한국은행의 건설투자 성장률 전망치도 7월 6.5%에서 10월 6.9%로 상향 조정됐다.

8·2 대책에 따른 부동산 시장의 충격이 당초 우려했던 것만큼 크지 않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이 내세운 3% 성장이 가능한지는 점차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오는 26일 발표될 3분기 경제성장률(속보치)이 주목된다.

올해 1분기 한국경제 성장률은 1.1%(전기대비)로 6분기 만에 1%대에 올라섰지만 2분기 성장률은 0.6%로 떨어졌다.

3분기 성장률이 다시 1% 안팎으로 반등할 경우 연간 성장률 3%가 현실화할 공산이 크다.

한국은행은 3∼4분기 연속으로 0.7%대 중반을 기록하면 연간 3% 성장률이 가능하다고 밝혀왔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행이 내달 30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에 한층 힘이 실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직 경기 회복세를 안심하기 이르다고 지적한다.

북한 리스크, 내수 불안감, 부동산 대책 영향 등 불확실성이 가시지 않은 만큼 4분기 경기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에서다.

4분기에는 장기간 추석 연휴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 등으로 산업활동이 둔화할 소지가 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수출이 좋아지면서 설비투자도 좋아졌지만, 부동산 경기가 조금 꺾일 조짐이고 소비 회복세도 아직 굳건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도 "지금 내수 경기는 바닥일 정도로 좋지 않고 부동산 정책 등의 불확실성으로 소비와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며 신중론을 폈다.

noj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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