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무시하고 취업 압박"…학생들 부조리 폭로 '아이 캔 스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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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꿈을 이뤄주는 학교라고 해서 왔는데 학생의 꿈을 말하는지 학교 꿈인지 모르겠다.", "현장실습 중 희망진로가 바뀌어 그만두려고 했지만 징계가 두려워 실습을 계속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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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대강당에서는 전국 25개 특성화·마이스터고 학생 약 60명이 모여 학교와 현장실습에서 겪은 부조리와 차별을 이야기하는 '아이 캔 스피크'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작년 5월 특성화고 출신 비정규직 노동자가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홀로 정비하다가 전동차에 치여 목숨을 잃은 후 특성화고 학생들이 자신들의 권리보호를 위해 꾸린 '특성화고등학생 권리 연합회'가 주최했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포스터를 보고 행사에 참석하게 됐다는 서울 한 특성화고 2학년생 김모(17)양은 학생들 꿈을 무시하는 학교의 취업 압박을 호소했다.
김양은 "학교가 학교 이미지를 생각해 학생들을 전공과 관련된 업체에만 취업시키려고 한다"면서 "금융계열을 전공한 친구가 무역업체에 취업하고 싶어하는데 친구의 성적이 좋다 보니 선생님들이 자꾸 은행취업만 권한다"고 말했다.
회계를 전공한다는 김양은 "선생님들과 진로에 관해 이야기하면 자격증을 따서 회계사무소에 들어가라는 말씀만 하신다"면서 "내 꿈은 군인인데 학교에서는 말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취업이 목표인 특성화고 특성상 학내에서도 암묵적으로 '사회생활'이 강요된다고 김양은 호소했다.
김양은 "조금이라도 튀는 행동을 하면 차가운 시선이 쏟아진다"면서 "학생들은 사회에 나가면 '상사의 말에 무조건 기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학교에서 이런 생각을 바로잡아주기보다 똑같이 압박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경북 구미의 한 마이스터고를 졸업한 황동화(21)씨는 현장실습 도중 산업체를 바꿀 수 없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로봇제어 전공인 황씨는 고3 때 전공에 따라 로봇업체에 현장실습을 나갔으나 실습 도중 꿈이 정보보안전문가로 바뀌었다. 하지만 실습을 중단했을 때 학교에서 받을 불이익이 걱정돼 울며 겨자 먹기로 거의 끝까지 마쳐야 했다.
황씨는 현재 한 정보통신(IT)업체에 일한다.
그는 "고3 때 현장실습을 중단하고 학교로 돌아오면 '빨간 조끼'를 입고 학교에 다녀야 하는 등 징계를 받는다"면서 "전공과 꿈이 달라져 실습을 중단하는 것이 징계받을 일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신입사원을 채용하면 수습 기간을 두는 것처럼 현장실습생에게도 실습을 중단하거나 실습업체를 바꿀 수 있는 기간을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은 학교수업이 자격증 취득만을 목표로 진행돼 실무와 크게 다른 점 등 다양한 문제를 지적했다.
특성화고등학생 권리 연합회 관계자는 "올해 1월 콜센터에서 일하던 현장실습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벌어진 후 현장실습 문제가 알려지고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도 높아졌지만 정작 당사자들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면서 "앞으로 특성화·마이스터고 학생들 의견을 지속해서 알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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