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공동창업' 金·劉 1년도 안 돼 결별 수순
崔, 한국당 '탈당 권유'에 정치생명 최대 위기…항전 태세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 자유한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 핵심 인사들에 대한 출당 조치에 들어간 가운데 한때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이었던 김무성·유승민·최경환 의원의 엇갈린 운명이 시선을 끌고 있다.
'박근혜 탄핵 정국'에서 새누리당(현 한국당)을 떠나 바른정당을 창업하며 한배를 탄 김, 유 의원은 1년도 안 돼 결별 수순을 밟고 있고, 최 의원은 당에서 쫓겨날 위기 속에서 결사항전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예상치 못했던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간의 통합논의가 급부상하면서 그동안 물밑에서 추진돼 온 보수통합 시나리오가 주춤한 가운데 정치권은 김, 유 의원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02년 대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최측근으로 운명을 같이했다.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 출신인 김 의원은 이 후보의 비서실장이었고, 당시 44세의 소장파 경제학자였던 유 의원은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소장으로 일했다.
대선 패배를 맛본 이들은 2005년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를 위해 다시 뭉쳤다.
김 의원은 당 사무총장으로, 유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활약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이 당 대표를 사퇴한 2006년부터는 두 사람 다 당직을 버리고 대선캠프에서 한솥밥을 먹기 시작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원조 친박'의 기원으로 여긴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2007년 8월 대선 경선에서 패배하면서 둘은 각자 다른 길을 걷게 된다.
김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중 당시 친이(친이명박)계의 지지를 받아 원내대표가 되면서 '파문'당했다가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캠프 총괄본부장을 맡아 관계를 다시 복원했다. 그러나 당 대표이던 지난해 4·13 총선 때 친박계가 일으킨 공천 파동을 겪으면서 관계가 다시 틀어지기 시작한 데 이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박 전 대통령과 완전히 결별했다.
반면, 유 의원은 이미 2007년 경선 패배 후부터 박 전 대통령 곁을 지키지 않으며 줄곧 '탈박'의 길을 달렸다. 유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 앞서 당명을 바꾸고 당의 색깔을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바꿀 때도 대놓고 반대 목소리를 냈을 정도로 공개적으로 박 전 대통령과 각을 세워왔다.
시기를 달리해 친박에서 떨어져 나온 김 의원과 유 의원은 사실상 바른정당을 공동창업하면서 의기투합했다.
하지만 1년도 안 돼 다시 각자의 길을 가려 하고 있다. 김 의원은 한국당과의 통합을 추진하는 통합파의 중심이고, 유 의원은 독자생존을 모색하는 자강파의 핵심이다. 유 의원은 아예 국민의당과의 통합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국정 감사차 외국에 머물고 있는 김 의원은 오는 28일 귀국 이후 보수통합 논의에 본격적인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맞서 유 의원은 국민의당과 통합논의 가능성을 열어놓으며 김 의원이 주도하는 보수통합 움직임에 제동을 것으로 관측된다.
통합파, 자강파를 각각 대표하는 두 의원이 각자도생을 모색하며 야권 재편 논의의 최대 변수로 떠오른 반면 최 의원은 정치생명이 최대 위기에 놓여 대조된다.
4선의 최 의원은 박근혜 정부에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친박계 핵심 중 핵심으로 꼽힌다.
국회 재적의원 300명 중 299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당시 최 의원은 "표결하면 가부를 떠나 혼란을 준다"며 유일하게 불참하기도 했다.
최 의원은 지난 20일 당 윤리위원회의 '탈당 권유'에 따라 당에서 강제로 쫓겨날 위기에 몰렸다.
탈당 권유를 받은 뒤 열흘 이내에 탈당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열흘 뒤 최고위 의결을 거쳐 자동 제명된다.
그러나 현역의원 제명은 의원총회에서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데다 친박 의원들은 박 전 대통령과 두 의원에 대한 징계 결정에 반발하고 있어 제명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 의원은 현재 당 윤리위원회 결정에 "승복할 수 없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최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코미디 같은 윤리위 결정은 원천무효이며 취소돼야 마땅하다"며 "정당의 민주적 절차와 규정을 완전히 무시한 독재적 행태이며 정치적 보복 행위"라고 비판했다.
goriou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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