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이호준 "누가 건드리면 울 것 같아…이제 지도자로"

입력 2017-10-21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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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이호준 "누가 건드리면 울 것 같아…이제 지도자로"

"NC에서 행복하게 야구했다…김경문 감독님 감사해"




(창원=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플레이오프 4차전을 끝으로 은퇴하는 NC 다이노스 이호준(41)이 "멋지게, 행복하게 야구하다가 떠난다"고 자신의 23년 선수 인생을 돌아봤다. 이호준은 21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2017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자신의 마지막 경기를 했다. NC가 두산 베어스에 14-5로 패하면서 더는 치를 경기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날 4회 말 대타로 타석에 들어와 땅볼로 물러난 것이 마지막 타석이 됐다.

마지막 경기를 마치고 "은퇴식을 할 때보다 마음을 더 표현하기 어렵다. 뭔가 벅차오른다"고 소감을 말한 이호준은 이제 야구 지도자를 준비하기 위해 외국으로 떠날 계획이다.

다음은 이호준과 나눈 일문일답.


-- 혹시 울었는가.

▲ 울지는 않았는데 누가 조금만 건드리면 울 것 같다. 하하하.

-- 마지막 타석에 섰을 때 느낌은.

▲ 마지막이라고 생각을 안 해서 그런지 몰랐다. (5차전이 열릴 예정이던) 잠실까지 갈 거라 생각을 해서 그런 것 같다. 사실 아쉽다. 좀 더 좋은 모습이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 선수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은.

▲ 너희 덕분에 5년간 정말 즐겁게 야구 하고 떠난다고, 공부하고 와서 다시 만나자고 했다.

-- 무슨 공부를 할 계획인가.

▲ 지도자 공부를 해보려고 한다. 밖에서 보는 한국야구는 어떤지 궁금하고, 다른 나라의 야구도 배우고 싶다. 많이 배우겠다.

-- 구단과 이야기를 한 것인지.

▲ 이야기는 했는데 답변은 못 들었다. 그저 제 계획이다. 일단 연수를 가서 공부하겠다고 말했다. 어느 팀으로 갈지, 일본일지 미국일지는 상의를 해야 한다.




-- 선수 생활 전반을 돌아본다면.

▲ 저같이 우여곡절 많은 선수가 있었을까 싶다. 20살 때는 직업의식이 없었다. 아무 생각 없이 매일 놀던 시절도 있었다. 결혼하면서 책임감이 생기면서 그때부터 야구를 한 것 같다. 정신없이 돈을 벌겠다는 생각도 강했다. NC에서는 여유가 생겼다. 행복하게 야구했다. 제가 해보고 싶었던 야구를 다 해보고 떠난다. 전반적으로 멋지게 행복하게 야구하다 떠나는 것 같다.

-- NC에서 우승해보고 싶다고 했었는데.

▲ 욕심인 것 같다. 신생팀이 4년 연속 가을야구를 하고 한국시리즈에도 진출했다. 이렇게 빨리 올라온 것만으로도 보람을 느끼고 배운 점도 많다. NC는 내년, 내후년이 더 기대되는 팀이다.

-- 바라는 지도자상은.

▲ 제 스타일 그대로 계속 가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다. 선배님 중 선수 때와 지도자 때 변하신 분들을 많이 봤다. 왜 그래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부드러운 선배들이 거칠게 변하기도, 말수 없는 분이 갑자기 말이 많아지기도 한다. 그래서 지도자를 처음에는 안 하려고 했다. 제가 혹시 이상하게 변할까 봐. 저는 제 스타일 그대로 해보고 싶어서 지도자를 선택했다.

-- 연수 기간은.

▲ 빨리 한국에 와서 한국에 맞는 야구를 해보고 싶다. 현재로써는 1년 생각하는데 가서 부족하면 늘릴 수 있다.

-- 김경문 NC 감독님께 할 말은.

▲ 첫해에 저에게 '시합도 중요하지만 끝도 중요하다. 마지막 멋있게 떠났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저는 250홈런만 치고 은퇴하고 싶다고 했는데 여기까지 왔다. 여기까지 온 것은 김 감독님께서 저를 믿고 내보내 주셔서다. 제가 고참이지만 혼내실 때는 혼내셨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발전 못 했을 것이다. 그래서 5년간 더 많이 배우고 멋지게 떠날 수 있었다. 제 인생의 마지막을 중요하게, 멋지게 떠날 수 있게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지도자가 되면 다른 선수들에게도 이렇게 말할 수 있도록 하겠다. 5년간 감독님 덕분에 행복했고 감사하다.

-- 아쉬운 점은.

▲ 제가 야구를 광주에서 시작했으니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면) 끝도 광주에서 하는 시나리오가 있었다. 신의 뜻이다. 혼자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어찌 됐든 광주까지 간다고 했는데 못 갔다. 더 멋있을 수도 있었다.





-- 연수 가기 전에는 뭐 하고 지낼 것인가.

▲ 가족과 시간을 보내겠다. (방송) 프로그램이 들어오면 다 할 생각이다. 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다 할 생각이다. 이승엽과도 프로그램을 할 것 같다. 승엽이가 '같이 하시죠'라며 계획한다고 하더라. 기다리고 있다.

-- NC의 매력은.

▲ 이 팀은 김경문 감독님께서 너무 잘 만들어놨다. 저는 한 것이 없다. 이미 감독님의 카리스마와 지도력을 선수들이 1년 만에 다 받아들이고 있더라. 예의범절이 잘 돼 있었다. 나성범, 박민우 등 우리 팀을 대표하는 친구들도 '내가 난데'라며 나서지 않는다. 팀워크를 전혀 해치지 않는다. 몇 명이 잘하는 게 아니라 모든 선수가 열심히 잘한다. 그런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abb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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