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면접 전형에 외부평가전문기관 참여…"실효성 의구심도 제기"
(서울=연합뉴스) 금융팀 = 올해 들어 금융감독원과 우리은행[000030] 등이 잇따라 채용비리 의혹에 휘말린 가운데 금융기관과 공기업들이 채용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조처를 앞다퉈 도입해 효과가 있을지 주목된다.
금융기관과 공기업들은 기존에 실무면접까지 제한적으로 도입했던 블라인드 채용방식을 전 과정으로 확대하는가 하면, 서류·면접 전형에 외부평가전문기관을 참여시키는 등의 조처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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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감사원 감사결과 채용비리가 드러나 전임 간부들이 줄줄이 검찰수사를 받는 금감원은 올해부터 서류전형을 없애고 면접전형에만 적용했던 블라인드 채용방식을 입사지원부터 최종면접까지 전 과정으로 확대했다.
서류전형을 폐지한 대신 객관식 필기시험을 통해 지원자를 걸렀다. 입사지원서상 편견이 개입될 수 있는 학력, 가족사항, 주소와 같은 항목이나 직무 능력과 연관성이 부족한 학점 등의 항목은 과감히 삭제했다.
평가의 전문성·공정성·투명성 강화를 위해 면접위원의 2분의1을 외부위원으로 구성했다. 면접위원에게 응시자 인적정보 제공은 금지되며, 응시자 인적사항 관련 질문도 금지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앞서 문제 됐던 게 서류전형이나 필기시험에서 합격인원을 늘리거나 줄인 것"이라며 "이제는 서류전형은 아예 없앴고, 당초 채용계획을 변경하지 않고 그대로 진행할 예정이기 때문에 문제가 99.9% 해소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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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감사원은 지난달 금감원에 대한 기관운영감사 결과, 금감원이 2016년도 신입 전문직원 채용시 선발 인원과 평가방식 등을 자의적으로 조정해 16명의 당락을 부당하게 뒤바꿨다며 김수일 전 부원장과 서태종 수석부원장, 이병삼 부원장보를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한 바 있다.
감사원이 공개한 금감원 채용비리에는 모 금융지주사 대표와 국책은행 간부가 연루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전에는 김수일 전 금감원 부원장과 이상구 전 부원장보가 2014년 6월 금감원이 변호사 경력 직원을 뽑는 과정에서 최수현 전 금감원장 지시로 서류전형 기준을 임의로 변경해 임영호 전 국회의원 아들을 특혜채용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더해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우리은행이 지난해 하반기 신입사원 150명을 공채하면서 이중 약 10%인 16명을 금감원이나 국가정보원, 은행 주요고객의 자녀와 친·인척, 지인 등을 특혜채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채용비리 파장이 금융권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을 필두로 금융권 전반에 채용과정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번 신입직원 지원서에서 최종학력, 최종학교명, 전공, 학점, 성별 등 7개 인적사항을 제외하기로 하면서 블라인드 채용방식 적용을 확대했다. 한은은 2015년부터 지원서 작성 항목에서 주소, 가족사항, 자격 면허, 제2외국어 등을 제외한 데 이어 이번에 제외 범위를 넓혔다. 채용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기업은행[024110]과 예금보험공사는 금감원과 마찬가지로 올해부터 블라인드 채용방식을 2차 임원면접까지 전 과정으로 확대해 이름이나 최종학교명, 출신 지역을 완전히 가린 채 전체 전형을 진행하고 있다.
산업은행도 입사지원부터 최종면접까지 블라인드채용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최종합격자들에게만 졸업·성적증명서를 제출하도록 할 계획이다.
다만, 이런 블라인드 채용방식 확대가 실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앞서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감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우리은행 채용비리 의혹을 제기하면서 "우리은행은 100% 블라인드방식으로 하므로 추천인이 당락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제보에 따르면 면접관들에게 연필을 사용하게 했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연필을 쓰게 했다는 것은 최종판단을 할 때 다 지우고 고친다는 의미"라면서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채용비리를 근본적으로 척결하지 않으면 블라인드 채용방식이 무슨 소용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수출입은행은 채용에서 부정청탁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올해부터 서류전형과 면접전형에 외부전문평가기관을 참여시켰다.
올해 블라인드 채용 도입으로 중요도가 높아진 자기소개서에 대한 평가를 외부 전문평가기관에 위임했고, 외부위원이 면접전형에도 참여해 직접평가를 할 예정이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도 올해 면접에 외부위원을 참여시킴으로써 채용비리를 예방한다는 방침이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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