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자유당 유력 속 여러 시나리오…중도좌파 대통령, 극우 배제 압박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총선에서 11년 만에 다수당이 된 오스트리아 중도 우파 국민당이 연립정부 구성 논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유럽 최연소 정치지도자가 될 제바스티안 쿠르츠(31) 국민당 대표는 20일(현지시간)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대통령과 만난 뒤 기자회견에서 "용기를 갖고 오스트리아를 진정으로 변화시키는 정부를 만들겠다"며 정부 구성 착수를 공식화했다.
판데어벨렌 대통령은 이날 쿠르츠를 사실상 차기 정부를 이끌 총리로 인정하고 정부 구성을 위임했다.
올해 5월 당권을 잡은 쿠르츠는 지지율이 수직으로 하락하던 당을 불과 5개월 만에 일으켜 세워 '원더보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전통적인 당의 상징색이었던 검정 대신 밝은 청록을 캠페인에 쓰고 정치 신인을 대거 발탁해 세대교체에 나섰다.
연립정부 파트너였던 제1당 사회민주당과 관계를 청산하면서 극우에 가까운 반 난민 정책을 선명하게 부각해 극우 자유당으로 향했던 지지자들을 돌려세웠다.
쿠르츠는 모든 정당과 연정 구성 논의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국민당과 연정을 꾸릴 수 있는 정당은 사민당과 자유당뿐이다.
전체 183석 중 92석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번 총선에서 국민당은 62석, 사민당은 52석, 자유당은 51석을 얻었다.
2013년 총선에서 24석을 차지했던 녹색당은 4% 지지율 벽을 넘지 못해 한 석도 얻지 못하는 등 참패했고 신생 급진정당 네오스가 10석, 녹색당에서 갈라져 나온 PILZ가 8석을 차지했다.
국민당과 네오스, PILZ 의석을 합해도 92석에는 못 미치는 데다 당의 노선도 확연히 달라 쿠르츠가 선택할 여지가 좁다.
쿠르츠가 자유당과 이미 물밑 접촉을 한 차례 했다는 보도도 나오는 등 국민당과 자유당의 우파 연립정부가 들어설 가능성이 현재로써는 가장 크다.
그러나 극우 자유당의 연정 참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점은 쿠르츠에게 부담이다.
중도좌파 성향의 판데어벨렌 대통령은 쿠르츠에게 "유럽의 가치를 지켜달라"며 연립정부 구성 논의를 주시하겠다고 압박했다.
사민당과 다시 손잡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지만 크리스티안 케른 현 총리는 전날 브뤼셀에서 언론에 "연정은 사실상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해 가능성을 부인했다.
쿠르츠는 케른 총리 대신 한스 페터 도스코질 국방장관이 사민당을 이끌게 된다면 연정을 할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비추기도 했다.
중도좌파 사민당과 자유당이 손을 잡는 방안은 양쪽에서 모두 외면받고 있다.
하인츠 크리스티안 슈트라헤 자유당 대표는 "패배자들의 연합"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쿠르츠는 안정적인 연립정부를 바란다면서도 국민당 단독으로 정부를 꾸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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