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시장에 만연한 건설사 '개별홍보'

입력 2017-10-23 05:01   수정 2017-10-23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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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시장에 만연한 건설사 '개별홍보'

(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현대건설이 국내 최대 재건축 사업장으로 불린 서울 서초구 반포 주공1단지 재건축 사업 시공권을 따낸 9월 27일 잠실 실내체육관.

2조6천억원의 사업비에 맞먹는 치열한 수주 경쟁이 벌어져 '반포대첩'이라는 말까지 나온 수주전의 '승장' 현대건설 담당 상무가 직원들과 함께 조합원들에게 큰절을 올리고 나서 마이크를 잡고 말문을 열었다.

"그동안 홍보요원들이 여러 조합원님의 댁을 자주 방문하고 여러 번 전화를 드려 불편을 끼쳐드린 것에 대해 양해를 구합니다."

23일 동영상 공유사이트인 '유튜브'에도 올라 있는 이 장면을 두고 현대건설이 스스로 금지된 개별홍보를 했다는 사실을 자인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재건축 시공권자 선정과 관련한 규정인 국토교통부 고시 '정비사업의 시공자 선정기준'에서 건설사의 홍보 활동은 단체로 하는 합동공개설명회만 가능하다.

개별홍보는 조합원을 상대로 한 세대 방문은 물론 인터넷 홍보, 홍보책자 배부 등도 금지된다. 홍보관이나 쉼터 설치도 할 수 없다.

하지만 개별홍보 활동을 한 것을 두고 비단 현대건설만의 문제라 할 수 없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중론이다.

개별홍보는 위반 시 처벌 조항도 딱히 없고 그동안 워낙 음성적으로 재건축 수주전이 있을 때마다 건설사들이 관행처럼 해 왔던 일이기 때문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재건축 수주 활동을 할 때 조합원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하는 것은 업계 관행처럼 통용되고 있다"며 "경쟁업체가 열을 올리는 것을 보면서 가만 있을 회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별홍보는 재건축 수주전이 과열되게 하는 중요 요인 중 하나로 엄격히 금지된 행위이지만, 건설사들은 공식적인 선거운동인 합동설명회를 기다리지 않고 홍보요원들을 동원해 조합원들에게 개별적으로 접촉하며 표를 끌어모으는 데 주력해 왔다.

이 과정에서 과장된 광고가 돌기도 하고 상대 업체에 대한 음해도 퍼질 수 있다. 사은품이나 금품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발생하는 것도 음성적인 개별 접촉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 개별홍보가 처벌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개별홍보를 막기 위해 당국이 일일이 감시할 방법도 없고, 금품제공과 달리 개별홍보는 물증도 마땅치 않아 논란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더는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하고 개별홍보에 대해 입찰자격 제한 등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최근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의 과열 양상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포주공1단지에서는 '이사비 7천만원' 공약이 나와 논란이 된 바 있고 서초구 잠원동의 한신4지구에서는 건설사의 금품제공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내년 2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재건축 시공자 선정 관련 금품·향응 수수행위 신고자에 대한 신고포상금 및 자수자 감면제도가 시행되면 개별홍보에 대해서도 조합원의 자발적인 신고가 늘 수 있다고 국토부는 전망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개별홍보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대신 건설사들이 공개된 장소에서 공식 홍보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bana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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