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 모랄레스 정부 한국엔 우호적…정부 주도 경제발전 모델국 인식
KOICA 무상원조 5천866억 달러…국가 표준체계 개선 통한 수출 증대 가능
(라파스<볼리비아>=연합뉴스) 정규득 기자 = 해발 3천700m의 고원지대에 신비롭게 자리 잡은 소금호수.
'우유니 소금사막'으로 불리는 이 땅의 주인인 볼리비아도 잉카제국의 영토였다. 페루와 마찬가지로 1535년부터 스페인의 지배를 받다 1825년 독립했다. 볼리비아라는 국명은 독립영웅 시몬 볼리바르의 이름에서 딴 것이다.
정부와 국회가 있는 행정수도는 인구 150만 명의 라파스로 해발 3천600m의 고지에 있으며, 인구 17만 명의 헌법상 수도인 수크레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돼 있다.
국토 면적은 한반도의 5배, 인구는 1천60만 명(2014년), 1인당 GDP(국내총생산)은 3천276달러(2016년)다.
볼리비아는 독립 이후 180년간 200명 이상의 정부 지도자가 교체되면서 극심한 정치적 혼란을 겪다가 2006년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이 집권한 이래 유례없는 안정을 누리고 있다.
원주민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국가원수로 선출돼 3선 임기를 수행 중인 모랄레스 대통령은 과거 한국의 산업화, 식량 자급자족과 유사한 경제발전 정책으로 매년 5∼6%의 고도성장을 주도했다.
반정부 활동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미국 국제개발처(USAID)를 2013년 강제 추방했을 정도로 강한 반미 성향을 보이면서도 한국에 대해서는 정부 주도의 경제발전 모델 국가로 여기며 우호적인 협력관계를 추구하는 등 실용적인 태도를 보인다.
특히 우리 정부의 ODA(공적개발원조) 사업을 매개로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을 공유하는 데 적극적인 입장이라고 한다.
북한이 2014년 볼리비아와의 외교관계 수립을 시도했지만 볼리비아가 핵 개발과 인권 문제 등을 들어 유보적인 입장을 취한 것도 모랄레스의 이런 그의 태도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과 볼리비아의 교역은 볼리비아의 수출국 순위에서 한국이 6위를 차지할 정도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KOICA는 1991년부터 5천866억 달러 규모의 ODA 사업을 실시했지만 현지에 사무소를 연 것은 2010년 9월이다. 올 한 해 동안 프로젝트 6건과 연수 37명, 봉사단 65명 등에 총 866만 달러를 투입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국가표준체계 국제경쟁력 향상사업(2015∼2017, 예산 400만 달러)은 국가 계량표준 전반을 담당하는 볼리비아 국립표준원(IBMETRO)을 상대로 기자재 지원과 기술자문 및 초청연수를 실시하는 프로젝트다.
모든 수출입품에는 국가별 기술규제가 있는데 이에 대응하는 방법, 한국의 경험을 전수하는 것과 계량 및 계측설비를 제공하고 운용 방법을 알려주는 2가지 사업으로 구성된다.
이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볼리비아는 계량 오차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한국은 우리 계량표준 체계 전수를 통한 수출증대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사업 수행기관인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의 고승현(42)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제도를 전수하기 때문에 한국기업이 진출할 때 품질에 대한 별도 검증 없이 바로 허가가 날 수 있다"며 "현지 시장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원지역 농업기계화 지원사업(2013∼2018, 예산 500만 달러)도 KOICA가 심혈을 기울이는 사업이다.
오루로주(州) 가르시와 포토시주(州)의 우유니시 농민을 대상으로 특용작물(퀴노아) 재배를 위한 기계화를 도입해 생산성을 높여 농가 소득을 늘리고 빈곤 감소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밖에 저소득층 주민을 위한 병원 건립 사업과 식수 공급용 정수장 건설 사업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KOICA와 별도로 LH공사는 볼리비아 남부 산타크루스 공항 옆에서 한국형 신도시 조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코차밤바에는 농업진흥청의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KOPIA) 센터가 설치돼 있다. 볼리비아에서 아연을 수입하는 고려아연은 우유니 소금사막이 있는 포토시주에 지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볼리비아에는 현재 KOICA 자문단 1명, 글로벌협력의료진 1명,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1명, KOICA 봉사단원 59명이 파견돼 있다.
권영의 KOICA 볼리비아 사무소장은 22일(현지시간) "앞으로 보건과 지역개발(농업), 교통, 에너지 등 4개 분야에서 ODA를 집중하게 된다"며 "우리나라가 비교우위에 있는 교통과 에너지 분야에서 신규 사업의 적극적인 발굴을 추진하는 만큼 국익 증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wolf8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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