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법치와 인권 경시 비판에도 아랑곳없이 이번에는 직접 범죄자를 처단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22일 온라인 매체 래플러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20일 밤 한 행사에서 경찰을 '마약과의 전쟁'에 다시 투입하고 자신이 범죄자를 죽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어린이와 여성을 성폭행하는 놈들이 있다"며 "여러분이 경찰을 원하지 않는다면 내가 여기 있다. 내가 그들을 쏠 것이다. 누구도 그럴 용기가 없다면 내가 방아쇠를 당기겠다"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과거 자신의 고향인 필리핀 남부 다바오 시의 시장으로 재직할 때 개인적으로 마약 용의자를 죽였다고 작년 말 고백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1988년 바다오시 시장에 처음 당선된 뒤 총 22년간 시장으로 일했다. 그는 시장 재직 초기에 중국인 소녀를 유괴해 성폭행한 남성 3명을 직접 총살한 적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 6개월간 마약 문제가 악화하면 경찰을 마약 소탕전에 재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최근 두테르테 대통령 지시에 따라 마약 단속 작전을 중단했다. 마약단속청(PDEA)으로 마약 단속 권한이 일원화됐다.
이는 필리핀에서 작년 6월 말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10대 소년을 포함한 3천900명 이상의 마약용의자가 경찰에 사살되면서 초법적 처형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진 것을 의식한 조치였다.
그러나 두테르테 대통령은 경찰에 마약용의자를 살해하도록 지시하거나 부추기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총을 들고 저항하는 마약용의자에게 자위권을 행사했다는 것이 필리핀 정부의 입장이지만 경찰이 단속 과정에서 비무장 용의자들을 일방적으로 사살한 사건이 최근 잇따라 드러나면서 두테르테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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