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무장관 해명 요구…현지주재 미국대사 초치 예정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미국이 자국 합참의장의 공식 초청을 받은 인도네시아군 최고사령관을 입국 거부 대상자 명단에 올려 파문이 일고 있다.
22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가톳 누르만티오 인도네시아 군 최고사령관은 전날 미국으로 가기 위해 항공기 탑승 수속을 하는 과정에서 미국 정부가 자신의 입국을 불허한 사실을 알게 됐고 결국 미국 방문을 포기했다.
미국 정부가 조지프 던포드 미 합참의장의 초청장을 받은 자국의 군 최고사령관을 입국 금지 대상에 포함한 사실이 알려지자 인도네시아 정부는 진상 파악과 함께 미국 측의 공식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가톳 사령관은 던포드 사령관의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해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포럼 등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아르마나타 나시르 인도네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외무부는 관련 정보를 입수한 뒤 워싱턴 주재 대사에게 미 국무부 장관에게 해명을 요구하는 외교 공문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또 인도네시아 외무부는 현재 외국에 머무는 자국 주재 미국대사를 23일 초치해 해명을 요구할 것이라는 계획도 밝혔다.
주인도네시아 미국 대사관은 아직 이번 상황에 대해 반응하지 않고 있다.
가톳 사령관은 최근 잇따른 돌출 발언과 행동으로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달에는 모 정부기관이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대통령을 위해 총기 5천 정을 수입하려 했다고 말해 논란을 촉발했다.
또 그는 최근 50만 명 이상의 민간인을 살해한 1965년 반공산주의 대학살을 합리화하는 내용의 선전영화 상영을 전군에 지시하는가 하면, 이미 해체된 지 오래인 공산당(PKI)이 다시 준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지 정치 분석가들은 이런 그의 돌출 행동에 정치적 의미를 부여했다. 내년 3월 퇴임하는 그가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조코위 현 대통령을 비판하는가 하면, 반공 정서를 자극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잇따른 돌출 행동에 조코위 대통령도 군부가 정치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로 맞불을 놓았다.
조코위 대통령은 최근 열린 72주년 기념식에서 "민주화 시대의 군은 항상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 인도네시아군은 국가 소유이며, 모든 계급과 집단을 초월해 편협한 정치적 이해에 분열되거나 현실 정치 무대에 들어서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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