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기업 성장·기업금융 강화 위해 30대 핵심과제 발표
황영기 "초대형IB 기업금융 규모, 5대은행의 1% 불과…우려 과도"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금융투자협회가 공·사모 기준을 '실제 청약자 수'로 바꾸고 증권사가 모험자본을 투자한 기업의 기업공개(IPO) 주관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증권업 발전을 위한 규제 개혁에 나선다.
혁신기업이 더욱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비상장주식 거래에 대한 양도세 면제를 추진하고, 규제 중심의 자본시장법을 원칙 중심으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금융투자협회는 23일 증권회사 균형발전을 위한 30대 핵심과제를 발표했다.
올해 신년 간담회에서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증권사는 은행 등 국내 다른 금융기관보다 불합리한 대접을 받고 있거나, 해외 투자은행(IB)과 비교해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기를 치러왔다"며 이를 바로잡겠다고 공언한 지 8개월여 만이다.
황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우리나라는 IMF 위기를 겪은 이후 위험자산에 대한 극단적인 회피 현상이 금융산업 전반에 퍼지게 됐다"며 "그러나 모험자본 공급 중요성이 커지고 새 정부 들어 혁신기업,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조달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금융투자회사에 대한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과제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금투협은 작년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11개 국내외 증권사가 참여하는 업계 공동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해외 증권업 관련 기관과의 미팅 등을 통해 우리나라 증권업에 대한 의견을 모았다.
동시에 해외 규제 사례 등을 조사해 해외 IB와 국내 증권사, 국내 증권업과 타 금융업을 비교 분석했다.
이를 통해 ▲ 혁신성장, 일자리 창출 지원 ▲ 기업금융 기능 강화 ▲ 가계 자산관리 전문성 제고 ▲ 금융환경 변화 선도, 국제화(Globalization) 등 네 가지 전략 방향을 설정, 각 방향에 필요한 핵심과제 30개를 도출했다.
잠재력은 크지만 위험도가 높은 모험자본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사모 시장·전문투자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금투협의 판단이다.
이를 위해 공·사모의 판단 기준을 '청약권유자 수'에서 '실제 청약자 수'로 개편하고 전문성 있는 개인투자자를 전문투자자로 분류해 실질적인 '플레이어'를 늘리겠다는 것이 금투협의 계획이다.
또 5% 이상 지분이 있는 증권사가 해당 기업의 IPO를 주관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을 완화해 업무 연속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황 회장은 "증권사가 될성부른 기업을 골라 투자하고 대출도 해주고 이후에는 IPO를 주관하는 흐름이 자연스럽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대주주가 IPO를 하면 일반투자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며 "금융투자업계가 신뢰를 주지 못한 면이 크지만 차후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무거운 책임을 지우는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개인투자자의 비상장기업 거래에 대한 양도세 면제, 증권사 해외 진출을 위한 건전성 규제 완화와 해외 현지법인 신용공여 허용·외국환 업무 확대 등도 개선 과제로 선정됐다.
가계 자산관리를 위해서는 다양한 목적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 퇴직연금 '디폴트 옵션' 도입, 가계대출채권 구조화 등이 추진된다.
핀테크 기술을 바탕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금융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자본시장법을 원칙 중심 규제로 전환하고, 정보교류차단장치(차이니즈 월)를 완화하는 한편 증권사 레버리지 비율 규제를 은행 수준 또는 미국 수준으로 합리화하는 것도 추진 과제에 올랐다.
금투협은 정부가 추진 중인 '혁신성장', '일자리중심 경제'와 방향이 같은 모험자본 공급과 관련된 부분을 우선적으로 정부와 협의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사모시장·전문투자자 확대, 원활한 IPO 업무 추진, 비상장주식거래 활성화 등이 이에 해당한다.
기금형 퇴직연금제도는 현재 법제처 심사 중이고 종합금융투자업자의 기업금융 한도 추가 부여 관련 개정안도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황 회장은 "과제 선정 과정에서도 실무자 선에서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내용을 공유했고 최종 선정 과제도 전달했다"며 "업계의 고민 끝에 나온 발전방향을 공유하고 공론화 장에 올렸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가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초대형IB 출범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소를 사전에 제거해 시장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초대형 IB 후보들이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보면 3년간 기업금융 규모는 6조원 남짓으로, 5대 대형은행의 기업금융이 600조원의 1%에 불과해 은행업 침범이나 시스템리스크 상승에 대한 우려는 과도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005930], 현대차[005380] 같은 기업들은 은행에 가서 돈을 빌리지만 증권사에서 돈을 빌리는 기업은 담보 제공이 어려운 신성장, 혁신 기업들"이라며 "(은행의 기업금융과는) 영역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chomj@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