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직접통치 저지엔 효과 예상…"장기적으론 카탈루냐 불리해"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스페인 중앙정부가 카탈루냐의 분리독립에 맞서 자치권 박탈 절차에 착수했으나 카탈루냐가 시민불복종 등을 통한 저항을 이어갈 조짐이어서 갈등 해소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2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페인 중앙정부가 자치권 박탈을 위한 헌법 제155조 적용에 나서면서 갈등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게임이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고 전망했다.
헌법 제155조를 적용하는 방안이 오는 27일 스페인 상원에서 통과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제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에게는 2가지 선택지가 남았다고 FT는 분석했다.
카탈루냐 자치정부 내 '비둘기파' 성향 인사들은 선거를 실시해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가 헌법 155조 적용해 자치권을 박탈하는 것은 막아보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호르디 투룰 자치정부 대변인은 이날 조기 선거 실시는 논의 대상이 아니라고 일축해 자치권 박탈은 사실상 정해진 수순으로 보인다.
스페인 정부에 대한 강경 대응을 원하는 '매파'는 푸지데몬 수반이 독자적으로 독립선언을 하기를 바라고 있다.
카탈루냐의 자치정부 수반이 마지막으로 독립을 선언한 것은 1934년으로, 당시 자치정부 수반은 체포돼 징역 30년형을 선고받았었다.
카탈루냐 독립을 지지하는 이들은 자치권 박탈 시 중앙정부의 직접통치에 맞서 조직적이고 평화적인 시민불복종 운동을 조직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푸지데몬 수반은 조만간 의회를 소집해 중앙정부의 자치권 박탈에 맞선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FT는 카탈루냐의 시민불복종 움직임이 중앙정부의 직접통치를 저지하는 데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지 분석하는 데 지난 1일 스페인 정부의 카탈루냐 분리독립 주민투표 저지 실패 사례를 살폈다.
스페인 정부는 당시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불법 행위로 간주하고 스페인 경찰 수천명을 급파했지만, 카탈루냐 주민 수백만명이 투표에 참여하면서 결국 저지에 실패했다.
이는 수천명의 카탈루냐 지역 시장과 공무원, 주민 등의 광범위한 저항 덕분에 가능했고 당시 경찰이 강제력을 동원하자 세계 곳곳에서 즉각적인 비판과 중단 요구가 쏟아졌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카탈루냐 독립을 지지하는 주민과 자치정부 각료, 공무원 등은 헌법 155조에 근거한 중앙정부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거나 지시 이행을 강제하는 스페인 당국의 실력 행사에 맞선다는 계획이다.
스페인 정부가 향후 6개월 이내에 실시할 예정인 선거도 거부한다는 방침이다.
중앙정부로서는 1만7천여명 규모의 카탈루냐 자치경찰(모소스 데스콰드라·Mossos d'Esquadra)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이들은 지난 1일 주민투표를 저지하라는 스페인 법원의 명령을 묵살했는데 이번에 다시 중앙정부에 맞설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 경찰을 동원한 실력 행사는 카탈루냐 주민 수만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시위로 이어질 수 있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FT는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시민불복종 계획에도 허점은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불복종을 통한 저항에는 해고나 벌금, 심지어 법적 다툼까지 불사할 의지가 있는 다수의 '분리독립 순교자'들이 필요하고 활동가들의 지속적인 동력도 요구된다.
그러나 "인내심으로 유명한" 라호이 총리가 절대적으로 우월한 재원과 법의 힘을 빌려 분리독립 움직임을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조여가는 작전을 취할 수 있다.
FT는 그렇게 되면 분리독립 지지자들이 중앙정부를 상대로 일부 전투에서는 승리할지 몰라도 완전한 승리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mong07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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