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 과거 동독 정권의 불법행위 자료를 수집하는 기관이 있었던 곳으로 유명한 독일 노동자의 도시, 그리고 사회민주당의 텃밭 니데작센 주(州) 잘츠기터.
여태껏 다문화를 자랑스러워 했던 이 도시는 그러나 너무 많은 난민을 받았고, 결국 '난민 수용, 더는 그만'을 결정하기에 이른다. 그럼에도 지난 15일(현지시간) 주 의회 선거 때 잘츠기터 선거구 유권자들은 반 난민·반 이슬람 정당 AfD에 가장 높은 13.7% 지지를 안긴다.
도대체 잘츠기터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슈피겔 온라인은 22일 잘츠기터 북쪽 프레덴베르크 빵집 한 곳을 찾아가 거기서 일하는 한 여성의 사연을 이렇게 전했다.
"내 아들은 아직도 복통을 앓으며 학교에 갑니다. 시리아 아이들한테 매일같이 얻어맞는답니다."
여인은 슈피겔 온라인 기자를 만나기 하루 전 학교에서 학부모들이 모이는 저녁행사가 있었다고 전하고 "학급에 독일 아이들이 지나치게 적기 때문에 올해 크리스마스 축제는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러곤 "난민들 탓에 잘츠기터가 잘못되어가고 있다"고 했다.
난민 90만 명가량이 독일로 들어와 큰 위기를 부른 2015년 이래 인구 10만의 잘츠기터에는 5천700명의 난민이 발을 들였다. 그중 대부분은 장기간 내전 중인 시리아 국적자였다. 그들은 비어있는 공동주택들에 정착했다. 한때 노동자 집단숙소로 사용된 건물들은 낡디낡았지만 비용이 적게 들었다. 그런 식으로 많은 난민은 프레덴베르크와 레벤슈테트 같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문제는 이들 도시가 감당하기 버거운 수준으로 많은 난민이 정주한 것이었다.
기독민주당 소속 프랑크 클링에빌 잘츠기터 시장은 작년 말 슈테판 바일 니더작센 주 총리에게 "그리 많은 난민을 한꺼번에 통합할 순 없다"고 하소연했다. 사민당 소속 바일 주 총리가 녹색당과 주 정부를 이끌던 시기, 클링에빌 시장이 그런 내용의 긴급 편지를 보낸 것이다.
그로부터 10개월이 흘러 니더작센 주 정부는 예외적인 경우를 빼곤 난민을 더는 받지 않기로 뒤늦게 결정했다고 슈피겔 온라인은 설명했다. 정부의 이 결정은 주 의회 선거 엿새를 앞두고 발효됐지만, AfD의 질주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니더작센 주에선 델멘호르스트, 빌헬름스하펜 같은 도시들도 난민 수용에 관한 제한 조처를 예고한 상태다.
슈피겔 온라인은 빵집에 앉아 있던 한 남성이 여러 선거구에서 AfD가 대약진한 것을 두고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우린 넘치는 난민에 뒤덮였다"고 말했다고 옮기고는 프레덴베르크뿐 아니라 레벤슈테트의 많은 사람들도 그렇게 말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난민 환영 문화'를 간직한 독일인들도 여전히 있다.
슈피겔 온라인은 난민 통합을 돕는 시민 자원봉사단의 일원이자 과거 독일로 들어온 터키 '손님 노동자'의 2세 딘체어 딩크(45)는 잘츠기터의 '다문화'를 자랑스러워 한다고 전했고, 시리아 가정의 정착을 지원하는 한스-위르겐 코테(78)도 "단지 열 명 중 한 명 꼴로 조금씩 도와줘도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지모네 케스너 잘츠기터 여성 대변인은 "우리가 난민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우리는 더 많은 난민을 바라지 않는 것일뿐이다"라고 강조했다.
un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