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 핵심'인 서청원·최경환 두 의원의 출당 문제를 놓고 자유한국당이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23일 당 윤리위원회의 탈당 권유 결정에 반발하는 서·최 두 의원에 대해 "6년 동안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팔아 호가호위(狐假虎威)했던 분들"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홍 대표는 미국 워싱턴DC 방문차 출국을 앞두고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 간담회를 했다. 홍 대표는 자신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사건 무마를 부탁해 왔다'는 서 의원의 주장에 대해 "그분들이 그렇게 말하려면 탄핵을 막았어야 한다"면서 "탄핵 때는 숨어 있다가 자신의 문제가 걸리니 이제 나와서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좀 비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6년간 이 당을 농단했던 사람들이 쉽게 물러날 리가 있겠나"라고 쏘아붙였다.
앞서 서 의원은 일요일인 22일 기자회견에서 홍 대표를 겨냥해 "혹세무민하고 '내로남불'식 징계의 칼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홍준표 대표 체제를 무너뜨리는 데 앞장서겠다고 포문을 열었다. 서 의원은 홍 대표가 성완종 전 회장으로부터 1억 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 판결을 남겨둔 상황을 거론하면서 "야당 대표로서 결격사유"라면서 "홍 대표가 나에게 협조를 요청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서 의원은 '협조 요청'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홍 대표가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 "진실을 얘기하지 않을 때는 제가 진실을 증거로 내겠다"고 압박했다. 이에 대해 홍 대표는 "폐수를 깨끗한 물과 같이 둘 수는 없다"며 노욕을 버리고 당을 떠나라고 받아쳤다. 최 의원도 당 윤리위의 탈당 권유 직후인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독재적 행태이자 정치적 보복 행위"라며 홍 대표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박 전 대통령과 두 의원에 대한 탈당 권유를 둘러싼 홍 대표와 친박 핵심 간 갈등은 당 윤리위의 결정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다. 하지만 서로 물고 뜯는 사생결단식의 투쟁 양상으로 번져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수석대변인이 "진흙탕 싸움이 점입가경"이라며 자중자애하라고 할 정도다. 탈당 권유를 거부한 서·최 의원을 제명하기 위해선 재적 의원 3분의 2의 찬성이 있어야 하는데 당내 역학 구도상 쉽지 않아 보인다. 보수 혁신과 재건의 기회로 삼겠다던 '친박 출당'이 결실을 보기도 전에 퇴색하는 분위기다. 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사태를 몰고 온 데 대해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뼈를 깎는 쇄신을 해도 모자랄 판인데 서로 삿대질을 해대며 집안싸움을 벌이는 한국당의 현실이 안타깝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듯 '네 탓 공방'만 하는 한국당은 이제라도 싸움을 멈추고, 어떻게 하면 '궤멸의 위기'에 처한 보수를 되살릴지 고민하기 바란다.
따지고 보면 한국당이 아직 '적폐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박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거듭 말하거니와 박 전 대통령은 이제라도 스스로 당적을 정리하는 것이 '1호 당원'으로서의 마지막 도리다. 또 박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두 의원도 박 전 대통령을 잘못 보좌한 데 대한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지고 함께 한국당을 떠나는 것이 온당하다. 홍 대표도 '당원권 3년 정지' 징계를 받았던 서·최 두 의원을 대선 승리를 명분으로 복권 조치했다가 다시 제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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