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서울고속도로, 강제 징수권한도 없이 마구잡이식 부과
(용인=연합뉴스) 최해민 기자 = 경기도 수원에 사는 A씨는 며칠 전 황당한 우편물을 받았다.
8월 4일 용인서울고속도로를 통행할 당시 제대로 빠져나가지 않은 미납 통행료 800원에 10배의 부가통행료가 붙어 8천800원이 부과된 것.
A씨는 "차량에 후불식 하이패스를 장착하고 있어 8월 4일 당일만 해도 네 차례 톨게이트를 지나는 동안 세 차례는 정상적으로 통행료가 납부됐다"라며 "고속도로 하이패스 시설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의도적인 먹튀도 아닌 단순 기기 오류로 인한 미납 운전자에게까지 10배의 가산금을 부과하는 것은 횡포 아니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어찌 됐든 2개월이 넘도록 미납금을 내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 전액 납부했지만, 부당하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민자고속도로 운영사가 '부정한 방법으로' 통행료를 미납한 운전자를 제재하는 유료도로법을 근거로 통행료의 10배에 달하는 부가금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용인서울고속도로 운영사인 (주)경수고속도로는 통행료 미납이 발생하면 1·2차 일반 우편물로 고지 후 3차에 통행료의 10배를 부가통행료로 부과하고 있다.
A씨의 경우 8월 10일과 9월 7일 각각 통행료 800원을 내라는 1·2차 안내를 받았고, 이달 12일 불과 두 달여 만에 3차 독촉장을 통해 10배의 부가금까지 부과받았다.
3차 독촉장 뒷면에는 '유료도로 미납통행료 및 부가통행료 납부독촉 안내'를 통해 유료도로법에 의거 10배의 부가금이 부과됐다는 안내가 있으나, 1·2차 안내문 뒷면에는 이런 내용도 없었다.
운영사측은 용서고속도로에서 부가금을 부과한 건수나 부가금 납부 건수에 대해 "내부 지침상 제공이 어렵다"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민자고속도로 운영사들은 현행법상 강제 징수권한이 없다 보니, '내면 좋고 안 내도 그만'이란 식으로 일단 부가금을 부과하고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달리 강제 징수권한이 있는 한국도로공사는 단지 통행료를 미납했다는 이유만으로 운전자가 의도적인 체납자로 몰리지 않도록 규정을 세부화해 운영하고 있다.
하이패스 단말기 미작동, 카드인증 에러 등의 피치 못할 경우는 부가금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고, 단말기 미부착, 카드 미삽입, 카드 잔액 없음 등 운전자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서만 10배의 부가금을 물린다.
또 미납 통행료가 발생하면 1차 안내하고 15일 후 2차로 미납 상황을 고지한 뒤 15일이 지나도 미납이 해소되지 않으면 등기 우편으로 3차 미납독촉을 하는데, 이때도 부가금 없이 원래 통행료만 부과한다.
3차 독촉에도 미납금이 납부되지 않으면 국토교통부에 강제징수 승인을 얻어 4차 고지 때 10배의 부가금을 부과한다.
이 절차에만 3개월 이상이 걸린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귀책사유가 운전자에게 있는 경우, 3개월간 미납 통행료 납부 기회를 준다"라며 "그 뒤에도 납부되지 않으면 통행료 면탈의 의도성이 있는 것으로 간주해 10배의 부가금을 물린다"라고 설명했다.
경수고속도로 관계자는 "도로공사와 같이 부가금 부과 규정을 세부화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나 아직 구체화하지 못한 상태"라며 "1·2차 고지서에 유료도로법에 의거해 10배의 부가금을 물릴 수 있다는 내용을 표기하지 않은 것은 고지서 양식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누락된 것 같다. 개선하겠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선량한 운전자가 의도적인 통행료 미납자로 몰릴 수 있어 3차 고지 후엔 이의신청 기간을 두고 있다"라며 "이의신청이 접수되면 오류 코드 등을 확인해 부가금 부과를 취소해주기도 한다"라고 덧붙였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일부 민자고속도로 운영사가 미비한 규정으로 10배에 달하는 부가금을 부과하는 사례가 접수되고 있다"라며 "실태를 확인한 뒤 도로공사의 세분화된 기준을 준용해 부가금 부과절차를 마련하도록 조치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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