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놓고 공방…野 "독단적 결정" vs 與 "장기간 검토"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23일 6개 지방고용노동청 국정감사에서는 열악한 근로 환경에 내몰린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문제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폭넓은 질의가 이어졌다.
마필관리사 간접고용 문제와 방송 제작진의 과로 문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을 비롯한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 문제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지난해 10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tvN '혼술남녀' 조연출 고(故) 이한빛 PD의 유서를 발췌해 낭독한 뒤 "방송제작 노동자들은 1일 평균 20시간을 일한다고 하고, 휴식 시간이나 휴게 공간도 없다고 한다. 성희롱·성추행 사례도 있다"면서 "화려함을 위해서 쥐어짜지는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나영돈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은 "이 문제에 대해 근로감독을 진행하고 있다. 11월 경에 (결과가) 나올 것 같다"면서 "한계는 한계대로 적시하고 제도개선은 개선대로 건의하면서 살펴보겠다"고 답변했다.
자유한국당 임이자 의원은 "마필관리사의 죽음이 잇따르고 있고, 이들의 고용이 매우 불안정하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면서 "마필관리사가 직접 고용될 수 있도록 노사 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서 잘 협조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민주당 서형수 의원은 알바노조와 함께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절반 이상이 폭언이나 폭행을 경험했고, 12.9%는 성희롱이나 성폭행을 당했다고 한다"면서 "위급상황에 대한 신고체계 마련과 안전시설 보강 등 가맹본부의 책임 있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에 대한 질의도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특히 인천공항공사가 '좋은 일자리 창출TF'를 발족해 협력사 직원의 정규직 전환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데 대해 여야 의원들 간에 공방이 벌어졌다.
한국당 신보라 의원은 "지난해에는 (정규직 전환) 계획이 없었지 않았나. 전체 정원을 결정하는 문제를 이사회 의결도 거치지 않았다"면서 "사장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인가"라고 캐물었다.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 역시 "직고용 계획과 관련된 검토자료가 하나도 없다"면서 정규직 전환 결정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자 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2011년 당시에도 공사 노조가 주요 업무에 대해서까지 아웃소싱이 너무 많다고 지적하며 정규직화를 하라고 요구했고, 이에 따라 연구용역이 이뤄졌다"면서 "하늘에서 뭐가 뚝 떨어져서 만든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지금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시급히 서두르는 것이 고용노동부와 환노위 위원들의 임무 아닌가"라면서 "(보수 야당 의원들의 질의가) 정규직화를 하라는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고 쏘아붙였다.
증인으로 출석한 정일영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내부 의견을 수렴했고, 2012년과 2014년 용역을 통해 기획재정부에 이를 건의한 적이 있다"면서 "이사회는 열지 않았지만, 지난해 비정규직 문제가 크게 터지면서 정규직화를 해야겠다고 해서 계속 검토했다"고 답변했다.
이 밖에도 서형수 의원은 2014년부터 올해 7월까지 각 지방고용노동청에 접수된 부당노동행위 사건 가운데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비율이 19.5%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너무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여야 의원들은 이날 MBC의 부당노동행위, KT스카이라이프의 간접고용 문제, 현대기아차의 비정규직 판매원들에 대한 노조활동 방해 논란, 현대중공업의 인력감축과 임금 및 단체협상을 둘러싼 노사 갈등 등에 대한 대책 마련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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