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전쟁 가능한 군사대국'에 다가선 일본 우려스럽다

입력 2017-10-2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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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전쟁 가능한 군사대국'에 다가선 일본 우려스럽다

(서울=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2일 치러진 중의원 총선거에서 압승했다. 이번 선거는 자민당이 2012년 12월 2차 아베 내각 출범 이후 개헌 공약을 전면에 내세운 첫 전국 단위 선거였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눈길이 쏠렸다. 뚜껑이 열리자, 아베 총리가 이끈 자민당과 공명당 등 연립여당이 단독으로 개헌 발의 선을 넘어섰다. 개헌 발의 선은 전체 의석 465석의 3분의 2인 310석이다. 연립여당은 참의원에서도 이미 전체 의석의 3분의 2를 확보하고 있어, 이제 '전쟁 가능한 국가'를 향한 아베 총리의 폭주는 눈앞의 현실이 됐다. 연립여당 의석에 또 다른 극우 개헌세력인 고이케 유리코 도쿄지사가 이끄는 '희망의 당'과 '일본 유신의 회' 의석을 합하면 371석으로 전체 의석의 80%에 육박한다.



아베 총리는 그동안 개헌을 통해 일본을 '전쟁 가능한 국가'로 탈바꿈시키는 것을 자신의 정치적 사명이라고 주장해왔다. 지난 5월 그는 개헌안으로 평화헌법 제9조의 1항(전쟁·무력행사 포기)과 2항(전력보유와 교전권 불인정)을 그대로 두고 자위대만 명기하는 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이 내건 공약에는 9조 1항과 2항을 그대로 둔다는 내용은 뺐다. 이들 조항도 건드릴 수 있다는 뜻을 비친 것이다. 80%에 가까운 일본 의회의 압도적 개헌 지지세력을 고려하면, 아베 총리의 개헌 행보는 그동안 눈치를 보며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던 데서 벗어나, 속전속결 전략을 택할 공산이 크다. 보란 듯이 아예 9조 2항을 삭제해 전력보유와 교전권을 인정하도록 하는 강수를 둘 수도 있다. '개헌 반대'를 외친 입헌민주당이 그나마 선전해 제1 야당의 지위를 확보함으로써 개헌 반대세력을 결집할 여지가 생겼지만 물길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아베 총리에게 최대 원군은 '북풍'(北風)이었다. 지난달 북한의 6차 핵실험에 이어, 특히 일본 열도를 가로지른 두 차례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일본 국민에게 남다른 충격으로 다가왔을 법하다. 이를 적시에 파고든 사람이 아베 총리였다. 부인의 사학 비리로 퇴출 위기에 몰렸던 그는 북한의 위협을 '국난'으로 규정하고 중의원을 해산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가는 곳마다 자신과 자민당만이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나라의 안전과 국민의 생명·재산을 지킬 수 있다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결과는 그의 기대를 훌쩍 뛰어넘었다. 아베 총리는 북풍 카드를 앞으로도 전가의 보도로 활용할 게 분명하다. 무엇보다 자위대의 전력 강화, 특히 자위대의 적(敵) 기지 공격능력 보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써먹을 개연성이 크다. 그간 일본 여권에선 북한의 군사시설 공격을 위해 자위대가 적 기지 공격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이는 일본이 공격을 받을 경우에만 반격할 수 있다는 평화헌법의 전수방위(專守防衛) 조항을 사문화하자는 주장과 다름없다. 그동안 아베 총리는 그럴 계획이 없다고 강조해왔지만, 선거에 압승한 만큼 전격으로 입장을 바꿀 가능성도 있다.



의회에서 일본 여당이 개헌안을 발의하면, 국민투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전쟁 가능한 군사대국'으로 가는 길에서 의회 내 걸림돌은 사실상 제거됐고, 일반 국민을 설득하는 과제가 남았지만 아베 총리에겐 큰 부담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 결과에서 드러났듯이, 일본 사회 전반의 국수주의적 우경화 흐름이 가속화되고 극단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북풍이 이번 선거의 최대 변수이긴 했지만, 갈수록 강화되는 일본 사회 저변의 이런 국수주의적 우경화 흐름을 빼고는 이번 선거 결과를 설명하기 어렵다. 아베 총리가 개정하려는 평화헌법은, 군국주의 일본이 침략한 국가들과 연합국뿐 아니라 일본 자신의 엄청난 피해를 제물로 어렵게 탄생한 전후 일본 민주주의의 요체다. 그런 평화헌법이 사실상 폐기될 운명에 처한 것이다. 중국 포위라는 동아시아 전략을 위해 일본의 군사 대국화 움직임을 용인하는 미국과 밀월을 즐기며 '전쟁 가능한 군사대국'으로 질주하는 일본의 앞날이 우려스럽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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