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살 아들에 상금 보내려던 베네수엘라 마라토너의 애달픈 죽음

입력 2017-10-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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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살 아들에 상금 보내려던 베네수엘라 마라토너의 애달픈 죽음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중미 코스타리카에서 하프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던 베네수엘라 선수가 음주 운전 차량에 치여 숨졌다고 라 나시온 등 현지언론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회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오전 수도 산호세에서 베네수엘라 출신 데이비드 야녜스 파체코(35) 선수가 대회 완주 거리인 21㎞ 중 15㎞ 지점에 도달했을 때 음주 운전 차량에 치였다.

목격자들은 26세의 가해 운전자가 신호를 기다리던 여러 대의 차량을 추월하려다가 대회 주행 코스 주변에 경찰이 쳐놓은 저지선을 뚫고 야녜스를 향해 돌진했다.

야녜스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병원에 도착한 직후 목숨을 잃었다.

운전자는 사고를 내고 수백m를 달아났으나 추격에 나선 경찰에 붙잡혔다.

운전자는 조사를 받고 이날 오전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다고 현지언론은 전했다.

야녜스는 극심한 경제난에 허덕이는 베네수엘라를 떠나 외국의 더 나은 상황 속에서 운동하려는 선수 중 한 명으로, 4개월간 코스타리카에서 체류하던 중 변을 당했다.

그는 특히 이번 대회에서 입상자에게 주어지는 상금을 받아 베네수엘라에 남아있는 자신의 13세 아들에게 보내려 했던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야녜스에게 자신의 집을 숙소로 제공했던 코스타리카 장애인올림픽대회 선수인 라우렌스 몰리나는 "야녜스는 가족과 자신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돈이 필요했기에 우승을 갈망했다"며 "그가 이번 대회에서 최소한 2등을 해 500달러의 상금을 아들에게 보내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코스타리카에서 음주 운전 차량이 이른 아침 시간에 운동선수를 치어 숨지게 하는 일은 올해 들어 두 번째다.

지난 1월 산호세 동쪽 트레스 리오스 지역에서 사이클 선수 4명이 음주 운전 차량에 치여 사망했다.

penpia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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