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사람이 흉기에 찔려 피를 흘려요."
지난 23일 오후 11시 3분께 광주 북구의 한 노래홀에서 다급한 신고전화가 119상황실에 걸려왔다.
경찰과 119구급대원들이 도착한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사건 현장은 무대와 객석으로 분리돼 손님이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구조의 노래홀이었다.
노래홀 객석 소파에는 흉기에 찔린 채 피해자 A씨가 소파에 쓰러져 있었다.
현장 곳곳에는 혈흔이 낭자했고, 범인 장모(50)씨는 도망가지도 않고 소파에 앉아 씩씩거리고 있었다.
장씨가 A씨를 흉기로 찌른 이유는 어이없게도 '무대에 올라 노래 한 곡 부르고 싶은데, 순서가 돌아오지 않아 화가 났다'는 것이었다.
만취한 장씨는 자신의 노래 순서를 기다리다 지쳐 노래홀에서 행패를 부리다 A씨와 말다툼을 벌였다.
다른 손님이 다툼을 말려 집으로 귀가한 장씨는 집에 보관하던 흉기를 챙겨 노래홀을 다시 찾았다.
흉기는 평소 요리를 좋아하던 장씨가 가지고 있던 것이었다.
장씨는 노래홀에서 술을 마시던 A씨에게 다가가 다짜고짜 흉기를 휘둘렀다.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장씨는 A씨가 병원 이송 과정에서 숨졌는지도 모르고 경찰서에서 '또 교도소에서 살다 오면 되지'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다음 날 오전 술에서 깬 장씨는 A씨가 숨진 소식을 뒤늦게 전해 듣고 '교도소에서 평생을 사느니, 여기서 죽으련다'며 머리를 벽에 부딪치며 자해를 하기도 했다.
장씨가 자해까지 하면서 흥분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 살인을 저질러 가중처벌을 피할 수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장씨는 2005년 1월 4일 오전 2시 30분께 광주 북구 모 호프집 안방에서 40대 여주인을 살해했다.
함께 술을 마시던 여주인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장씨는 시신 옆에서 잠까지 자다가 동이 트자 도주했다.
선배 집에서 숨어지내던 장씨는 1주일 만에 붙잡혔다.
당시 이 사건은 살해당한 시신이 1주일 동안 방치된 후 뒤늦게 발견돼 안타까움은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살인 혐의로 12년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서 올해 5월 만기 출소한 장씨는 5개월 만에 다시 살인을 저질러 철창신세를 면하지 못하게 됐다.
경찰은 "장씨가 수많은 전과가 있는데 대부분이 '분노조절 장애'가 의심될만할 수준으로 자신의 화를 이기지 못하고 저지른 범죄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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