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위원 될 왕후닝 이어 시진핑 책사역(役)…당정책 주도 예상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집권 2기를 맞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브레인 역할을 류허(劉鶴) 공산당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4일 보도했다.
SCMP가 당 소식통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현재 당 중앙정책연구실 주임을 맡는 왕후닝(王호<삼수변+扈>寧)이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후 최고 지도부인 상무위원에 합류할 경우 류허가 왕후닝의 후임이 될 전망이다.
중앙정책연구실은 중국 공산당의 이데올로기를 연구하고 정립하는 기관이다. 최고 지도부가 핵심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데 필요한 중요 보고서와 문건도 작성해 당의 '브레인'으로 불린다.
왕후닝의 경우 15년간 중앙정책연구실 주임을 맡으면서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삼개대표론'(三個代表論),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의 '과학적 발전관', '시진핑 사상' 등을 모두 정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는 류허는 1952년 베이징에서 태어났으며, 1960년대 베이징(北京) 101 고등학교에서 친구로 만난 이후 지금까지 시 주석과 친분을 맺어오고 있다.
중국인민대학 공업경제과를 졸업하고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도 행정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마오쩌둥(毛澤東)식 계획경제에 의존해온 관료들에 맞서 1990년대부터 시장에 기반을 둔 경제정책을 주장해온 대표적인 시장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 경제 5개년 정책과 당 경제정책 수립에 수차례 참가했다.
시 주석의 집권 후에는 경제정책 초안 작성을 주도하는 등 경제정책 전반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시 주석의 신임을 받지 못하는 리커창(李克强) 총리보다 경제정책에 대한 영향력이 훨씬 큰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5월 톰 도닐런 당시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미·중 정상회담 의제 조율차 중국을 방문했을 당시 시 주석이 류허와의 만남을 주선하면서 "류허는 나에게 매우 중요한 사람"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19차 당 대회 후 상무 부총리를 맡아 경제정책을 관장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으나, 행정 경험이 부족한 데다 학자 기질이 강해 중앙정책연구실 주임을 맡을 전망이다.
미 중앙정보국(CIA)에서 중국 분석가로 일했던 크리스토퍼 K 존슨은 "중앙정책연구실 주임은 류허에게 완벽하게 들어맞는 자리로서, 내년 3중전회에서 제시될 시진핑 집권 2기의 개혁정책을 주도적으로 작성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3중전회(三中全會)는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를 말한다.
통상 당 대회 다음날 열리는 1중전회에서는 총서기, 상무위원, 정치국원 등 당의 최고 지도부를 새롭게 구성하며, 다음 해 열리는 3중전회에서는 새 지도부가 중대한 개혁정책을 발표한다.
1978년 11기 3중전회는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ㆍ개방 노선을 당의 기본노선으로 채택했으며, 1993년 14기 3중전회는 장쩌민의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공식화했다.
2003년 16기 3중전회에서는 후진타오가 제시한 '사유재산권 보장과 과학적 발전관'이 지도이념으로 채택됐다.
SCMP는 "현재 중앙위원인 류허는 19차 당 대회에서 당 지도부인 정치국원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시 주석이 경제 분야 등에서 제시할 개혁정책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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