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미국과 유럽에 대해 노골적인 적의(敵意)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24일 보도했다.
시 주석은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중국은 미국, 유럽과는 다른 노선을 걷는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지향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의 사상은 베이징(北京)에서 열리고 있는 당 대회에 맞춰 출판된 발언 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당 중앙은 이달 시진핑 총서기 취임 5년간의 연설과 지시 등을 수록한 발언 집을 출판했다.
홍콩 명보에 따르면 발언 집에 수록된 361편 중 약 40%인 147편이 처음 공개된 내용이다. 유럽과 미국이 자국 문화와 이데올로기를 침투시켜 공산당을 무너뜨리려 한다는 인식하에 국내의 사상·여론공작을 강화하려는 자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 있다.
발언 집에 따르면 시 주석은 2015년 12월 우크라이나 등 옛 소련권에서 친미세력이 정권을 전복한 "색깔 혁명"을 예로 들면서 "적대세력은 줄곧 우리나라에서 '색깔 혁명'을 일으키려 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최근 정부가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인터넷 관리의 중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2013년 회의에서는 "인터넷이 여론투쟁의 주 전쟁터다. 잘 하지 않으면 서양의 반중(反中)세력이 중국을 무너뜨리려 한다. 그들의 힘과 규모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고 주장했다.
2016년에는 "학문의 자유라는 명목으로 마르크스주의를 부정하려는 움직임은 반드시 억제하겠다"고 다짐, 미디어와 학술에 대한 엄격한 통제의 배후에 시 총서기의 강경한 입장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시 주석은 개혁파지도자로 알려진 시중쉰(習仲勳·1913∼2002) 전 부총리의 아들로 애초 "민주적인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그의 지도하에 인권 변호사 등이 일제히 체포되는 사건이 일어나고 지식인 등에 대한 언론봉쇄도 계속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시 주석의 의도가 아니라 측근들이 알아서 긴 것이다. 1기 임기를 마치고 권력을 장악하면 개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현재는 비관적인 의견이 대부분이다.
경력 20년 이상의 베테랑 중국인 기자는 "비판을 봉쇄하고 언론자유를 가볍게 여기는 건 사회를 후퇴시킨다"며 탄식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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