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루카셴코, EU 등 서방과 관계개선 희망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맞선 러시아의 핵심 동맹국인 벨라루스가 유럽연합(EU)과 관계개선 의향을 비치면서 러시아의 영향권에서 벗어날지 관심을 끌고 있다.
1990년대 소련 붕괴 이후 계속 러시아의 영향권에 머물러온 벨라루스는 최근 나토에 맞서 러시아와 대규모 합동군사훈련을 전개하는 등 서방에 대한 러시아의 최전선국 역할을 하고 있다.
아직 경제가 러시아의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는 데다 통치자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흡사한 권위주의 통치 스타일로 서방측의 비난 대상에 올라있다.
그러나 근래 경제난을 겪고 있는 러시아로부터 지원이 줄어들고 2015~1016년 잇따라 국내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면서 국민의 불만이 고조하고 있다. 올 초에는 고실업에 항의하는 시위가 잇따르면서 루카셴코 정부가 태도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벨라루스 정부는 최근 주요 무역상대방인 EU 등 서방과 관계개선을 모색하는 한편 조심스럽게 정치적 독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4일 보도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블라디미르 마케이 벨라루스 외교장관은 FT에 "세계 경제 및 금융 위기를 통해 벨라루스와 같은 중소 국들은 많은 나라와 다양한 관계를 갖는 게 극히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며 "우리는 워싱턴이든 브뤼셀이든, 모스크바든 특정국에 의존하길 원치 않으며 독자적인 정책을 추구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경제 무역관계를 다양화하길 원하며 이런 면에서 EU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0년 대통령 선거 이후 루카셴코 대통령이 반대파 탄압에 나서면서 EU와의 관계가 냉각돼왔으나 2015년 평화적인 선거와 정치범들의 석방 등에 이어 EU가 인권개선을 격려하기 위해 루카셴코 정권에 대한 제재를 상당 부분 해제했다.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 벨라루스는 현재 외국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며 루카셴코 정부는 외국 투자업체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시하고 있다.
아직 경제 대부분을 국영기업이 지배하고 있어 외국 자본에 의한 체질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이나 EU의 경우 보조금 철폐나 인권개선 등 까다로운 투자 및 자금지원 선행 조건을 내세우고 있어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의 관계도 문제이다. 아직은 투자 등 상당 부분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러시아 영향권으로부터 독립을 추구하다 러시아로부터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가 같은 공화국이었다 자주 노선을 취한 우크라이나에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도 귀감이 되고 있다. 마케이 장관은 따라서 러시아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여기에 근래 러시아의 지원이 줄어든 틈을 타 중국이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도 향후 벨라루스의 진로와 관련해 주요 변수이다.
yj378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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