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내리 대출', '자영업 119'…기존 상품·프로그램 명칭 변경에 불과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정부가 24일 가계부채 대책에 자영업자 지원책을 담았지만, 대부분 기존 정책에 이름만 바꿔 다는 등 부실한 대책만 내놓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이날 가계부채 대책 보도자료에 금융감독원의 자영업자 실태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올해 상반기부터 진행된 이 조사 결과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철저한 '보안'을 유지했다. 발표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조사 결과와 함께 나온 대책을 보면 자금을 지원하고 대출 만기를 연장하는, 기존의 틀에 박힌 내용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했다.
핵심 지원책으로 제시된 게 가칭 '해내리 대출'이다. 1조2천억 원 규모라고 발표했다. '해내리Ⅰ'과 '해내리Ⅱ'로 나눴다. 이름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해내리Ⅰ 대출은 기업은행[024110]이 올해 초 내놓은 소상공인 대출의 금리와 보증료를 추가 인하하고 이름을 바꾼 것에 불과하다. 규모도 애초 1조 원에서 1천800억 원을 더했을 뿐이다.
해내리Ⅱ 대출은 소상공인에게 7천만 원까지 주고, 신용카드사가 매출대금을 입금하면 매월 10∼20%를 자동 상환하는 구조다. 200억 원 규모로 시범 실시된다. 이미 지역 신용보증재단들이 소상공인단체와 함께해온 신용보증대출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자영업자 중 저신용자에 대해선 미소금융과 사업자햇살론 등 저금리 정책자금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 내년 중 3조 원의 재정을 투입해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덜어주고, 영세 소상공인의 카드 우대수수료율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모두 이미 발표된 내용이다.
정부는 '개인사업자대출 119 프로그램'을 다음 달부터 실시한다고 밝혔다. 일시적으로 자금이 부족한 자영업자의 채무상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이 역시 금감원이 해온 '자영업자 프리워크아웃'의 이름만 바꾼 것이다. 연체가 우려되거나, 연체가 발생한 지 3개월 이내인 대출자의 이자를 감면하고 만기를 연장하는 게 프리워크아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프리워크아웃이라는 명칭에 거부감을 보이는 것을 고려해 '가계부채 119 프로그램'로 이름을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정부는 160만2천 명의 자영업자가 521조 원의 빚을 지고 있고, 이 가운데 생계형 자영업자 17만7천 명의 빚 12조5천억 원은 매우 취약한 상태라는 '진단'만 내놓은 셈이다.
정부가 '공급자' 측면에서 자영업자를 지원할 묘수 자체가 거의 없다는 지적도 있다. 결국 '수요'의 문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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