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4개월 앞두고 이사회에 사임서 전달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김인호 한국무역협회장이 임기를 4개월가량 남겨 놓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24일 무역협회에 따르면 김 회장은 이날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열린 이사회에 참석해 사임서를 제출했다.
2015년 2월 취임한 김 회장의 임기는 내년 2월까지로 3년이다.
김 회장은 "임기 만료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현시점에서 사임하는 것이 무역협회의 원활한 기능 수행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 사의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 전반, 산업, 기업, 무역에 대한 새 정부의 정책 방향과 내가 갖고 있는 생각 간에 상당한 차이를 느끼게 됐고 이런 차이는 시간이 가면서 협회의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고 덧붙였다.
무역협회 회장이 임기 도중 하차한 경우는 구평회 회장(22~23대, 1994년 2월~1999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연임에 성공해 5년차이던 구 회장은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자 1999년 2월 사임했고 후임 김재철 회장이 잔여임기 1년을 물려받았다.
김인호 회장은 이날 사임 발표 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정부가 최근 본인의 사임을 희망하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사임 배경을 밝혔다.
민간경제단체로 민법상 사단법인인 무역협회의 회장에게 정부가 임기 만료 전에 사임을 요구했다는 이야기여서 논란이 일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금시초문"이라며 "적어도 우리 부처에서는 무역협회장에게 그런 메시지를 전달한 사람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는 그간 무역협회장 인선 과정에서 비공식적으로 유력 후보를 추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추천 인사는 회장단, 이사회, 총회 등 무역협회 내부 형식적인 절차를 거쳐 대부분 회장으로 임명돼 왔다.
김 회장은 이 문제에 대해 회장단과 이사회에게 남은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회장 선임에 있어서 기존 관행대로 할 것인지, 보다 적극적으로 회장 적임자를 선임하기 위해 제도와 절차를 발전시킬지 숙고해야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정부의 시장개입을 최소화하고 시장경제를 중시해야 한다는 소신을 가진 정통 경제관료 출신 인사다.
박근혜 정부 시절 무역협회장에 추대된 인물로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와는 다소 맞지 않는 경제 철학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현 정부가 들어선 후 대통령 해외 순방에서 빠지는 등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기획원 차관보, 대외경제조정실장 등을 거친 김 회장은 김영삼 정부 출범 후 한국소비자보호원장, 철도청장, 공정거래위원장을 역임했다.
1997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을 끝으로 공직을 떠났고 이후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정책위원회 민간위원장, 시장경제연구원 이사장을 맡았다.
무역협회장을 역임하는 동안에는 잠실 마이스(MICE: 회의·관광·전시·이벤트) 단지 건립 추진, 무역센터 기능 재정비 등을 통해 무역협회 활동의 외연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급변하는 한미 통상관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미국 유력 정치인 등을 직접 만나 설득하는 등의 노력도 기울였다.
후임 회장은 정해지지 않았다.
신임 회장 취임 전까지 회장단 중 최선임인 한준호 삼천리 대표이사 회장이 맡는다. 김정관 상근 부회장이 최고경영자(CEO) 역할을 수행한다.
7만1천여 회원사를 거느리고 있는 무역협회는 코엑스를 자회사로 두고 있고 무역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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