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부터 아인슈타인까지…천재와 천재성의 역사

입력 2017-10-24 11:44   수정 2017-10-24 20:34

소크라테스부터 아인슈타인까지…천재와 천재성의 역사

신간 '천재에 대하여'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천재가 흔한 시대다. '천재'라는 키워드로 기사를 검색하면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은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그러나 '천재'라는 단어는 여전히 뭔가 범접할 수 없는 존재라는 느낌을 준다. 천재는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창조자이기도 하고 기존의 것을 없애버리는 파괴자이기도 하다. 인류는 이런 천재의 속성에 고대부터 사로잡혀왔다.

신간 '천재에 대하여'(시공사 펴냄)는 제목 그대로 인류를 끊임없이 매혹해온 천재와 천재성의 문제를 고찰한 책이다. 미국 역사학자 대린 M. 맥마흔은 신학과 역사, 철학, 미술사 등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고대부터 오늘날까지 천재와 천재성의 개념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추적한다.

이야기는 델포이 신전이 '모든 사람 중 가장 현명한 사람'이라고 신탁을 내렸던 고대의 천재 소크라테스로부터 시작한다.

소크라테스는 플라톤의 대화편에서 "막 강을 건너려 할 때 익숙한 신성의 표식이 나에게 다가왔다. 그런 일이 일어날 때면 언제나 나는 내가 하려 했던 일을 중단하곤 했다"고 말했다. 소크라테스는 이 '신성의 표식'을 어린 시절부터 귀에 들렸던 음성이라고 하며 '다이모니온'(daimonion)으로 불렀다. 오늘날 '악마'(demon)의 어원이 되는 다이모니온을 주장한 것 때문에 소크라테스는 신성모독으로 고발됐고 결국 사형선고를 받았다. 이후 사람들은 소크라테스 같은 뛰어난 사람을 다이모니온에게 특별히 선택돼 사로잡힌 존재로 생각했고 이는 '게니우스'(genius)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진다.

'천재'의 어원인 '게니우스'는 그러나 지금과 같은 천재의 의미와는 달리 인간을 신성한 존재에게 연결하는 존재로 인식됐다. 이처럼 천재를 종교적인 의미와 결부 지어 생각하는 경향은 16세기를 지나며 점점 쇠퇴하기 시작한다.

미켈란젤로는 천재의 개념이 변화하는 과도기였던 르네상스 시기의 천재로 제시된다. 이 시기 사람들은 천재를 천상으로부터 특정한 재능을 부여받은, 신과 같은 힘을 흡수해 창조활동을 수행하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동시에 천재가 하느님과 같이 되어 세계 그 자체를 자신의 형상대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사상으로 이어져 근대적인 천재의 개념을 낳게 된다.

신성이 아닌 특별한 창조력이나 통찰력을 지닌 개별적인 존재라는 의미의 근대적 천재의 개념은 18세기 계몽주의와 함께 수용되기 시작한다. 근대적인 천재의 개념을 완벽하게 상징하는 인물인 모차르트를 비롯해 뉴턴과 칸트 같은 천재들이 등장한다.

천재와 천재성에 대한 생각은 이후에도 여러 차례 변화를 겪는다. 나폴레옹은 낭만주의 시대 천재의 전형적인 유형으로 제시된다. 이때 천재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창조됐다는 관념과 경합하기도 한다.

20세기 들어 공산주의와 파시즘은 천재 숭배를 도구로 끌어들였다. 천재종교는 히틀러라는 '천재'를 숭배한 나치에서 절정을 이룬다. 천재종교는 나치가 히틀러의 대중적 이미지와 신비로움을 강화하는데 핵심 역할을 했지만 천재에 대한 우상숭배의 종말을 가져오는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이 대척점에 20세기 최고의 천재로 불리는 아인슈타인이 존재한다.

책은 히틀러의 패배가 천재에 대한 생각에서 전환점을 가져왔다고 본다. 유럽에서는 천재 숭배에 대한 경계가 생겨났다. 학계에서도 감성지능(EQ)이 지능지수(IQ)보다 중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한 사람의 머리보다 여러 사람의 머리가 낫다는 집단지성에 대한 믿음도 강조되고 있다. 모든 사람이 무언가에 대한 천재성을 지니고 있으며 모든 사람이 천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천재의 시대는 끝난 것인가. 저자는 성스럽고 예외적인 존재로서의 천재가 더는 존재할 수는 없지만 "위대한 존재는 여전히 쓸모있는 존재"라고 말한다. 원제 Divine Fury. 추선영 옮김. 560쪽. 2만4천원.

zitro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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