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대책] 중개업계 "관망세 짙어지고 거래절벽 심화 전망"
집값 조정 가능성에 대한 의견은 엇갈려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정부가 24일 전방위적 '돈줄 죄기'를 골자로 한 가계부채대책을 발표하자 서울 지역 부동산 업계는 지금의 관망세가 더욱 짙어지고 거래 절벽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더욱이 이번 가계부채 대책을 시작으로 다음 달엔 주거복지로드맵 등 추가 대책 발표가 예정돼 있고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도 커진 상황이어서 단기적으로 시장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았다.
특히 추석 연휴 이전에 거래가 활발하고 가격도 상승세를 타다가 연휴 이후에 거래와 가격이 주춤하며 관망세로 돌아선 서울 강남권 재건축단지 인근의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이번 가계부채대책 발표로 대출이 어려워져 거래가 뚝 끊길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송파구 잠실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집을 사려는 사람들은 현금을 많이 갖고 있더라도 꼭 조금씩 돈이 모자라다 보니 전세를 끼고 대출을 안고 사는 게 대부분인데 대출을 조이면 거래시장이 상당히 움츠러들고 위축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도 "이전까지는 대출이 꽤 나오니까 집을 사려고 뛰어들 수 있었는데 이제 대출이 안 나오면 집을 쉽게 살 수가 없으니 시장이 얼어붙게 될 것 같다"며 "시장이 지금보다 더 거래 절벽으로 가고, 적어도 내년 초까지 그런 분위기가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강동구 둔촌동의 중개업소 대표는 "가격이 내려가야 거래가 되고, 미래가치가 있어야 매수자가 달라붙는데 이번 대출규제 강화뿐 아니라, 금리 인상, 세금 강화까지 앞으로가 점점 힘들어 보이니까 매수자들이 사려고 나서겠나"라고 반문했다.
강북의 일반 아파트 단지도 연휴 이후 매수 문의가 줄어든 곳이 많았는데 이런 분위기가 더 굳어질 것으로 바라봤다. 또 이번 대책이 다주택자를 직접 겨냥했다고는 하지만 실수요자들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마포구 아현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이번 대책 발표로 한동안 매수·매도자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을까 생각된다"며 "앞으로 매수 문의가 더 줄고 거래가 뜸해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노원구의 한 중개업소 사장도 "가뜩이나 문의도 거래도 뚝 끊겼는데 이제 시장이 더 얼어붙게 될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다만 이번 대책이 향후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거래량이 줄어들면서 집값이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있는 반면, 매물이 덩달아 귀해지면서 가격이 쉽게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송파구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좀 더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이번 대책으로 집값도 약간 영향을 받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강남구 개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도 "거래가 위축돼 거래량이 줄면 결과적으로 가격도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며 "당분간 집값이 미미하게 약세로 가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그는 다만 "요즘 강남, 서초의 상당수 재건축단지들이 거래를 아예 못하게 된 상황이라 살 수 있는 물건이 오히려 귀해지는 바람에 가격이 안 빠지고 있었던 것"이라며 "찾는 사람이 줄어도 물건이 더 귀해진 상황에서 대책으로 인한 효과가 오래가지는 못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강동구 둔촌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도 "거래 절벽이 되면 가격이 내려가야 정상적인데 새 아파트 공급이 없어서 가격이 많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 발표로 일각에서는 당초 내년 4월 양도세 중과 시행 전까지 시간을 벌어둔 채 시장 상황을 살피던 다주택자들이 계획을 앞당겨 내년 1월 강화된 대출규제가 시행되기 전 매물을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중개업소들은 부정적인 반응이 적지 않았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다주택자 중에서는 높은 금액의 전세금을 끼고 집을 산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대출 비중이 엄청나게 높은 경우가 아니라면 당장에 집을 팔려고 하지는 않을 것 같다"며 "대출도 안 되고 양도세 중과가 시행될 테니 다주택자들이 시장에 매물을 왕창 내놓을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오산"이라고 말했다.
강남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내년 초까지 관망세가 이어지겠지만, 다주택자들이 급한 사정이 있지 않은 한 쉽게 매물을 내던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yjkim8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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