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히기식 채택 없어져…'꿔다놓은 보릿자루' 증인도 없어"
일부 "핵심증인 신청까지 위축" 지적…곳곳 공방도 여전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한지훈 기자 = "이번 증인을 신청한 의원께서는 질의를 시작해 주시기 바랍니다."
최근 국정감사장에서는 한 마디도 못한 채 앉아있다가 돌아가는 이른바 '꿔다 놓은 보릿자루' 증인이 사라졌다.
올해 처음으로 증인 채택 때 신청자의 이름을 함께 밝히는 '국정감사 증인신청 실명제'가 도입되면서, 의원들도 자신이 부른 증인에게 질의를 안 하고서 넘어갈 수는 없어졌기 때문이다.
국감이 종반으로 치닫는 24일 여야 의원들은 대체로 증인실명제가 예전과 같은 과도한 증인 채택을 막고, 실제로 질의를 할 내용이 있는 증인만 압축적으로 부르도록 만드는 데 효과가 있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증인신청에 있어 책임성이 높아진 것 같다"며 "또 상임위원장들은 출석한 증인을 향해 신청자 외에도 추가로 질의할 의원들이 있는지 물어보는 등 예전보다 증인 신문이 효율적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김선동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증인에게 할애하는 시간 만큼 자신의 정책질의 시간이 차감되는 시스템이다. 의원들 입장에서는 필수적인 증인들만 부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예전 같은 증인신청 남발은 힘들어졌다"며 "올해 이런 경험을 했으니 내년부터는 더욱 증인신청에 신중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회 관계자는 "실제로 예년보다 증인의 수가 얼마나 줄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상임위 협상 결과에 따라 수십 명씩 증인의 숫자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기업이나 기관의 수장을 이유 없이 부르는 '괴롭히기식' 신청은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긍정적인 평가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통화에서 "이번 국감에서는 전반적으로 의원들이 기업인들을 부르는 데 지나치게 소극적이었다"며 "증인실명제로 전체 증인의 수가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핵심증인을 채택하는 것까지 위축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다른 관계자 역시 "증인실명제 도입과 정권교체로 인한 여야 공수교대가 겹치면서 의원들이 예년보다 증인신청에 소극적이 된 면은 있다"며 "긍정적인 면도 물론 있지만, 국정감사의 폭이 제한될 우려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증인실명제가 증인채택 공방으로 인한 국감 차질 현상을 말끔히 해결해 준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왔다.
전국의 각 분야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국정감사 NGO모니터단은 23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증인실명제로 많이 개선되긴 했지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넷마블 게임즈의 방준혁 의장을 국감장에 부르는 문제를 두고 20여 분간 의사진행발언을 하며 여야가 맞서는 등 올해도 공방이 여전한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모니터단은 "교문위 역시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 위원들의 증인채택 문제를 두고 1시간가량 설전이 벌어진 일이 있었다"며 이는 개선돼야 할 대목이라고 촉구했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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