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에 20억원 규모 국제중재 제기…국토부 "수용 자체는 적법"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방현덕 기자 = 재개발 과정에서 자신이 투자한 토지가 수용된 것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미국인이 한국 정부에 투자자-국가소송제(ISD)를 활용한 소송을 처음 제기했다.
24일 법무부에 따르면 미국 시민권자인 서모씨는 지난달 7일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이 위법하게 수용됐다며 ISD 중재의향서를 접수했다.
ISD는 FTA 체결국가가 협정상의 의무나 투자계약을 어겨 투자자가 손해를 봤을 때 해당 정부를 상대로 국제중재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중재의향서 접수는 ISD를 제기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절차로, 중재를 신청한다는 의사를 서면으로 통보하는 것이다. 접수 90일 뒤부터 실제 중재 제기가 가능하다.
국토부에 따르면 한미 FTA를 근거로 한국 정부에 ISD가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3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서씨는 2001년 남편 박모씨와 함께 공동명의로 서울 마포구의 주택 및 토지 188㎡를 3억3천만원에 사들였다. 서씨와 남편 박씨의 지분비율은 76대 24였고, 남편 박씨는 여전히 한국 국적자다.
이후 마포구는 서씨가 보유한 땅이 포함된 일대 지역을 재개발 지구로 지정하고 토지 수용 절차에 들어갔다.
토지수용위원회의 조정을 거쳐 서씨 부부가 보유한 땅은 8억5천만원에 수용됐다. 그러나 서씨는 이렇게 결정된 액수가 적정한 시장가치에 미치지 못한다며 보상금 수령을 거부했다.
이와 별도로 해당 지역 재개발 조합이 서씨 부부 등을 상대로 퇴거를 요구하며 낸 소송에서 올해 1월 서울서부지법은 '부동산을 넘기라'고 판결했다.
법원 명령에 따라 퇴거했으나 보상금은 가져가지 않은 서씨는 한미 FTA 조항을 들어 다시 한 번 이의제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서씨 측은 중재의향서에서 한국 정부의 토지 수용이 "적용 대상이 되는 투자를 직·간접적으로 수용하거나 국유화할 수 없다"고 규정한 한-미FTA 11장 6조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또 재개발 조합에 가입하겠다고 동의한 적이 없음에도 자신이 미국에 체류하는 동안 조합의 강압에 못 이긴 어머니와 동생이 위조한 사인으로 동의서를 내줬다며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서씨 측은 이런 과정에서 자신이 입은 정신적 고통을 포함해 최소 20억원으로 추산되는 피해를 봤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수용 자체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국무조정실과 기획재정부,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가 합동 대응체계를 구성해 적극 대응하고 있으며, 앞으로 진행되는 절차에도 최선을 다해 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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