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게 살아도 괜찮나?" 의심하는 사람들에 대한 심리학 답변

입력 2017-10-25 07:00  

"착하게 살아도 괜찮나?" 의심하는 사람들에 대한 심리학 답변

美심리학 논문 "사이코패스형 펀드 매니저 투자수익률 상대적으로 낮다"

美상원의원 정치적 영향력분석 "사이코패스형은 조직 분열시키는 무능 지도자"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한국에서 한때 조폭 소재 연예물에서 유행했던 '차카게(착하게) 살자'란 구호가 펀드 매니저의 투자수익이나 의원들의 정치적 영향력 면에선 유익한 것으로 밝혀졌다.




리앤 텐 브린케 덴버대 심리학 교수와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대셔 켈트너 교수가 펀드 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연구해 지난 19일(현지시간) '성격과 사회심리학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사이코패스 성격이 강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수익률이 낮고, 자아도취증(narcissism)이 강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위험조정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금융투자 부문처럼 경쟁이 극심한 분야에선 사이코패스형 성격이 성공에 유리한 것으로 일반적으로 알려졌지만, 경험적 연구 결과는 그 반대로 나타났다"며 "사이코패스 기질의 리더들이 매력적이고 설득력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관리 실패, 부하 닦달, 비윤리적 행태 등으로 실적이 나쁘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각 투자은행에서 최고 지위에 이른 헤지펀드 매니저 101명을 대상으로 사이코패스, 자기도취증, 권모술수형 기질을 파악한 뒤 이들 각각의 10년간(2005~2015년)에 걸친 투자 실적과 연관시켜 보는 방식으로 실시됐다.

이들의 연구 결과를 전한 블룸버그닷컴에 따르면, "죄책감 부재, 개인 이익을 위한 기만 등의 특징을 갖는 사이코패스들은 친구를 사귀거나 직장 밖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데선 서툰 반면 승진 사다리를 오르거나 돈을 버는 데는 능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론 101명 가운데 사이코패스 성격이 강한 상위 16%의 투자 실적은 101명 전체의 연간 평균보다 0.88% 떨어졌다.

같은 연구 결과를 전한 CNN은 가장 사이코패스 성격이 강한 펀드 매니저의 연간 수익률은 경쟁자들보다 1% 낮았으며, 이것이 10년간 누적되면 15% 가까이 차이 나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는 차이라고 설명했다.

조사 대상 펀드 매니저 101명이 각각 관리하는 대표 펀드의 자금 규모 중간치는 46억 달러(5조2천억 원)에 이르고, 수익률은 연간 평균 7.27%였다.

자기도취층이 강한 사람의 수익률은 평범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같은 수익률을 내는 데 더 큰 투자 위험을 감수했다. 돈을 맡긴 고객으로선 불안한 관리인인 셈이다. 자기도취증 매니저는 과도한 자신감 때문에 실적이 안 좋아도 자신의 기존 생각을 바꾸지 않고 집착하기 때문일 것으로 브린케 교수는 추정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 매체는 "이전 연구들에선 사이코패스들이 대형 조직에서 승진이 빠르고 자신감, 매력, 야심가 등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결론이 난 것도 있고, 사이코패스 기질이 있는 사람들이 기업가가 되고 싶어하는 성향이 높다는 결과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다른 일부 심리학자들은 사이코패스형 사람들의 업무 성과의 질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사이코패스형 사람들은 다 잘 알고 다 잘할 수 있는 것처럼 허풍을 떨지만, 실제 행동은 그렇지 못한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브린케 교수는 분석하고, 장기간에 걸친 투자수익률 같은 객관적인 기준으로 측정할 경우 이들의 단점이 명백히 드러난다고 덧붙였다.

사이코패스 형은 당연히 협력에 서툴다. 투자도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협력과 동료 의견에 대한 경청, 전략 실행을 위한 전문가 고용 등이 필요한데 사이코패스 형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실적이 떨어지게 된다.

연구진은 펀드 매니저들의 성격 분류를 위해 한 투자자문 회사가 고객들에 대한 소개용으로 갖고 있던 펀드 매니저들의 상담 장면을 찍은 영상을 활용했다.

심리학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이코패스, 자기도취증, 권모술수형과 같은 "어두운" 성격 특징은 심층 분석 없이 짧은 조우를 통해서도 간파할 수 있다.

연구진은 영상을 보면서 펀드 매니저들의 말과 행동에서 특징적인 성격들을 찾아냈다. 가령 타인의 불운에 대한 얘기를 들을 때 미소를 짓거나 감정이 북받치는 상황에서도 "소름 끼치는 냉정"을 보이는 사람에겐 사이코패스 점수를 높이 매기고, 자신에 대한 얘기가 많거나 '우리(we)' 같은 단어보다 '나'라고 1인칭을 많이 쓰는 사람은 자기도취층이 높은 것으로 분류하는 식이다.

블린케 교수 등은 지난해 미국 상원의원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도 사이코패스 성격이 강한 사람은 입법 활동에서 법안 공동 발의자를 더 적게 확보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블린케 교수는 지난해 1월 발표한 논문초록에서 정치권력과 영향력을 확보하는 2가지 길, 즉 용기와 지혜 같은 덕성과 권모술수와 사이코패스 같은 악덕중 어느 것이 더 효과적인가는 철학자, 정치학자, 심리학자들의 오랜 숙제였다고 상기시켰다.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그는 상원의원 151명의 정치연설 때 나타난 비언어적 행태를 분석하고 이들이 상임위원장 같은 의회 지도부 위치에 오른 후 정치적 영향력과 연관 지어 본 결과, 후덕한 상원의원들은 지도부 반열에 오른 후 정치적 영향력이 더욱 커졌다.

이에 반해 악덕형 행태, 특히 사이코패스형 상원의원들은 지도부 자리를 차지한 후 더 이상 정치적 영향력이 커지지 않거나 도리어 줄어들었다고 블린케 교수는 설명했다.

블린케 교수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사이코패스들은 무능한 지도자들"이라며 "사이코패스 기질이 강한 사람이 한 집단의 지도자가 되면 그 집단을 분열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논문 결론에서 "유권자들은 투표할 때 후보자들의 품성을 비교해보는 게 현명할 것"이라며 "훌륭한 품성의 후보자에게 투표하는 게 의원들이 타인에 대한 진정한 관심을 갖게 할 가능성을 높이는 길일 뿐 아니라 민주주의 목표를 증진하기 위해 효과적으로 협력하는 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yd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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